메뉴 건너뛰기


  음악살롱 > 음악살롱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코시 판 투테’는 작품이 나온 지 한참 뒤인 20세기 중반에서야 대중들로
부터 사랑받게 된다. 사진은 모차르트와 ‘코시 판 투테’ 앨범(작은 사진).



모차르트 오페라《코시 판 투테》

여자는 다 그래! 여자가 어때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TV 프로그램에서였다. 속담놀이를 하던 아빠가 질문을 던졌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답을 기대하던 아빠에게 아이가 기발한 대답을 한다. “술을 마신다!” 순간 아빠는 말 그대로 넋을 잃은 표정이 됐지만 시청자들은 크게 웃었을 것이다. “그럼, 남자가 셋이 모이면 뭘 하지?”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기!”

남자 셋이 모여 내기를 하는 바람에 야단법석이 된 오페라가 있다. 모차르트의 ‘코시 판 투테(Cosi fan Tutte)’다. 심오한 뜻은 아니다.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 여자가 어때서? 여성들에게는 심히 불쾌(?)해지는 제목이다. 오페라 내용도 영 편치 않게 흘러간다.

1790년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배경으로 젊은 장교 굴리엘모(Guglielmo)와 페르난도(Ferrando)는 피오르딜리지(Fiordiligi)와 도라벨라(Dorabella)라는 자매의 연인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연인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늘어놓는 것을 보던 늙은 철학자 돈 알폰소가 심술궂게 한마디 한다. ‘여자를 믿나? 여자란 모두 바람둥이다’라고. 두 장교는 이에 격분하고, 결국 세 남자는 내기를 한다. 두 사람 다 전쟁터에 나가는 것으로 하고 떠난 뒤,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고 여자들 앞에 나타나 각각 상대 여자를 유혹하기로.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처음엔 전쟁터에 나간 연인들의 무사 귀환만을 고대하며 자신들을 유혹하는 남성들에게 곁눈질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서양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위같이 버티던 자매는 결국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고 결혼까지 결심한다. 마침내 결혼서약서를 교환하려는 순간, 전쟁에 나갔던 연인들이 돌아온다. 남자들은 믿었던 여자들의 변심에 분노를, 당황하던 여자들은 깊은 반성과 사과를 한다. 하지만 이내 이 모든 것들이 알폰소의 계략에 의한 시험이었음을 알고 이들은 잠시 분노하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음에 기뻐한다. 그리고 ‘행운은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자에게만 오는 것이다(Fortunato l`uom)’라는 내용의 6중창으로 훈훈하게 막이 내린다.

이 작품은 당시에는 썩 좋은 반응을 못 얻었다. 표절 시비가 있었던 데다가 당시로서는 부도덕한 주제와 외설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이 작품은 비로소 인정을 받는다. 특히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도 관현악 구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쌍의 연인이 등장하는 만큼 중창이 유독 많고 그 화음이 저마다 대단히 아름다워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더욱 생생하게 묘사해 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진리. 네 남녀를 시험대에 올렸던 알폰소는 결국 내기에 이겼다. 그러나 그들은 곧 화해했고, 알폰소는 여전히 홀로(그는 노총각이었던 것이다) 남았다. 여자란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독백하는 알폰소의 뒷모습이 얼마나 쓸쓸했던가! 괜한 심술로 평지풍파 일으키지 말고 차라리 좋은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두 여성에게 매달렸다면 더 좋았을 터. 자고로 마음을 곱게 써야 복이 오는 법. 여자들에게 언제나 잘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최영옥 음악평론가]




Cosi Fan Tutte K.588 Overture(서곡)
Wiener Philharmoniker, cond Riccardo Muti



Soave Sia Il Vento(바람은 부드럽고 물결은 잔잔하기를 / 1막)
Bryn Terfel (bass-baritone), Miah Persson (sop), Christine Rice (mezzo)
Scottish Chamber Orchestra, cond Sir Charles Mackerras



Un' aura amorosa del nostro tesoro(산들바람은 시원하고 / 1막)
(페르란도의 아리아) Alfredo Kraus, tenor



Un' aura amorosa del nostro tesoro(산들바람은 시원하고 / 1막)
(페르란도의 아리아) Nicolai Gedda, tenor



E amore Un Ladroncello(사랑은 도둑같이 / 2막)
Cecilia Bartoli, mezzo-soprano



Così Fan Tutte, recorded at Glyndebourne in 2006 (전곡 3시간)
The Orchestra of The Age of Enlightenment, cond Ivan Fischer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12 친구야 있잖아 ! (노래 김경남) 윤형중 2014.12.17 93
4611 클래식 음악으로 듣는《돈키호테》/ 최근의 서울시향 공연을 보고 이태식 2014.12.16 93
4610 [영상과 노래] 눈이 내리네 - 이 숙 전수영 2014.12.15 91
4609 IL DIVO(4인 남성그룹)의 The Christmas Collection 김철웅 2014.12.14 102
4608 George Winston의《December : 12월》 곽준기 2014.12.14 80
4607 White Christmas 홍순진 2014.12.13 136
4606 사색에 잠기는 클래식 [The Best of Hanna Chang, Cello] 김우식 2014.12.12 117
4605 고향생각 _ 조수미 & 나윤선 일마레 2014.12.12 118
» 여자는 다 그래! 여자가 어때서? / 모차르트 오페라《코시 판 투테》 허영옥 2014.12.11 80
4603 [바이올린] 꿈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 (In My Dreamy Infancy) - Praha 이웅진 2014.12.11 97
4602 Sting의 "Fragile",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 그리고 "I Hung My Head" 김혜숙 2014.12.09 99
4601 놀라운 악기 ** 신기한 연주 김직현 2014.12.09 96
4600 차가운 겨울을 따습게 해주는 클래식 민병훈 2014.12.09 103
4599 아리랑, 대한민국의 거대한 뿌리 / The Story of ARIRANG 한구름 2014.12.08 70
4598 토요일 밤의 낭만 클래식 김규환 2014.12.06 139
4597 조영남 - 홍도야 울지 마라 外 김영원 2014.12.06 85
4596 리버사이드 아리랑 (Riverside Arirang) 조동암 2014.12.04 74
4595 Tu che le vanita (세상의 허무함을 아시는 이여) / 베르디 오페라 Don Carlo 中의 아리아 이태식 2014.12.03 107
4594 인연 - 김철민 (작사·작곡·노래) 김필수 2014.12.03 101
4593 Snow in The Morning - Andante / 첫 눈 - 홍수희 전수영 2014.12.01 101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44 Next
/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