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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로니아에서 태어난 카잘스는 인류 평화를 염원하는 음악가로
칭송 받았다. 사진은 카잘스와 <새의 노래>가 담긴 앨범(작은 사진)



스페인 캐럴이 인류 평화의 노래로

카잘스의<새의 노래>


송년 모임 연락을 받고 화들짝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12월이다.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술술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예전에 음악을 좋아하는 분의 주선으로 그 댁에서 송년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함께한 이들도 좋았고, 좋은 얘기들을 나눴고, 맛있는 음식도 즐겼다. 하지만 이날 모임이 잊히지 않는 이유는 그날 말미 모임을 주선하신 분이 들려준 음악 때문이다. 카잘스의 <새의 노래(Song of the birds)>. 떠들썩하고 흥겨웠던 우리들은 이 곡을 들으며 숙연해졌다.

카잘스 하면 맨 먼저 이 곡과 그 송년 모임이 떠오른다. ‘초롱 초롱~’ 하는 새의 울음소리 같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돼 애틋하면서도 첼로의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새의 노래’.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가 가장 아끼는 곡이다.

원래 이 곡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스페인 카탈로니아(Catalonia) 지방의 캐럴이었다. 아기 예수를 향기와 기쁨 주는 꽃으로 비유해서 온갖 새들이 반기는 내용으로, 생명의 경건함을 우아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그런데 이러한 곡이 카잘스의 손끝에서는 왜 깊은 슬픔과 간절한 무엇으로 달라진 것일까?

카잘스는 스페인 카탈로니아에서 태어났다. 스페인 북부 지방 높은 산악 지대에 위치한 카탈로니아는 처음부터 스페인은 아니었다. 아라곤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으며 언어도 지금의 스페인어와 다르다. 후에 에스파냐와 합쳐지면서 스페인의 일부분이 됐지만 독립하려는 운동이 끊이지 않던 지역이다. 특히 1936년 일어난 내란으로 인해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지원을 받은 프랑코 정권이 들어서면서 카탈로니아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핍박을 견뎌야 했다.

카잘스는 히틀러와 나치가 자신의 유태인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행했던 일들을 알게 되자마자 독일에서 첼로 연주하는 것을 중단했다. 카잘스는 또 프랑코 독재정권에 반대해 고향을 떠나 망명생활을 했고, 생의 마지막 기간을 어머니의 고향 푸에르토리코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독재자가 통치하던 독일, 이탈리아의 연주 요청엔 응하지 않았다. 그에게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존중하고 독재자에 항거한 음악가’라는 평가가 따르게 된 이유다.

그토록 사랑한 고향과 조국을 떠나 카잘스는 두 번 다시 겪어서는 아니 될 조국의 비극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카탈로니아 민요 한 곡에 응축해 담았다. 그것이 ‘새의 노래’다. 카잘스는 자신의 연주회마다 고향과 어머니, 인류의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곡을 맨 마지막으로 연주했다.

1971년 ‘UN의 날’을 기념해 초청받은 연주에서 95세 노(老) 거장은 이렇게 말하며 첼로의 활을 잡았다.
“내가 태어난 고향의 민요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새의 노래’라는 곡입니다. 카탈로니아 새들은 푸른 하늘을 날며 ‘Peace! Peace! Peace!’라고 노래합니다.”

음악가로서만 살았어도 별문제 없었을 수도 있었던 삶을, 음악가이기 때문에 해야 할 크고 깊은 발자국을 남기며 걸었던 거장. 그의 음악 앞에서 오래전 그날, 우리가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여미고 깊은 자아 성찰을 했던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 거장을 존경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기도 하고.


▶ 감상을 원한다면…
  [CD] 카잘스(Pablo Casals) : 첼로 소품집 <새의 노래>, 뮤직컴퍼스
  [CD] 토마스 미푸네(Werner Thomas-Mifune), Orfeo

[최영옥 음악평론가]




Pablo Casals' El cant dels ocells(Song of the Birds) - Pablo Casals
The speech and performance in Oct.24(United Nations Day) 1971



Pablo Casals' El cant dels ocells(Song of the Birds)
Gautier Capuçon, cello / Yuja Wang,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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