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살면서 그토록 먹음직스럽던 적이 없었지.
덥석!
차디찬 겨울바다물 속 굼주린 배를 채우려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알아채리려는 순간이었지.....
돌이킬 수 없는 아수라장!
얼음물에 온 몸이 잠긴다.
고드름처럼 언 몸에 정신이 혼미해 진다.
꼬챙이가 얼어 붙은 입술을 꿴다.
살을 에이는 듯 북풍에 언 몸이 매달린다.
마비된 감각에 서서히 언 몸에 물끼가 빠져 나간다.
이런걸 그 흉악한 인간들은 유식한 말로 냉동건조라 하던가,
혼은 이미 몸을 벗어나,
명태가 황태로 되어가는 비극의 트랜스포머를 내려다 본다.
오늘 아침 동 틀 무렵
단두형이 집행되었다.
그토록 소중했던 몸은 어디로 갔는가!
아픔이나 슬픔도 없이 퀭한 두 눈이 서글프게 겨울 하늘을 올려다 본다.
명태로 태어나 미이라로 변한 우리 황태들은 정말 서럽고 서럽다.
인간들은 어찌 이렇게 잔인한 걸까!
나를 그냥 회로 먹어 치웠었다면 얼마나 고마웠을까.
이럴게 잔인무도한 집단 고문의 현장을 보고
황태 안먹기 캠패인이라도 버린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지 않겠는가!"
- 백담사 입구 용대리 황태덕장을 지나가면서
쓸 데없는 생각을 또 한 번 해 본다 -
2010. 3. 3. 맥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