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 9회 홈피의 '눈이 내리네'를 듣다가
내리는 눈을 보니 서둘러 갈 곳이 정해져 버렸다.
탕춘대 능선에서 병훈을 만나 눈내리는 송림을 헤쳤다.
오래전 바로 오늘, 1.21 사태 때 김신조 일당이 묵었다 하여 불태워 버린 포금정사를 지나
눈 덮힌 비봉능선에 어렵사리 붙었다. 인적이 없다.
눈보라 속에 토토봉, 비봉은 그 우람하고 다정한 모습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비봉을 돌아, 눈 쌓인 계곡을 굴러 내린다. 산토끼가 밤새 남긴 발자욱을 따라서.
원통사 터 마애석불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 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 덮힌 청량한 세계에서 결국엔 오염지대로 내려 섰다.
계곡 밑 식당에서 마셔버린 소주병 마개로 눈사람에게 점안식을 올렸다.
눈이 멎었다. 아쉽다.
다음에 눈 오면 설악으로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