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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의 ‘사계’는 농부의 소박한 모습과 그들의 신앙생활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사진은 하이든과 ‘사계’가 담긴 앨범



하이든「사계, Die Jahreszeiten」…
자연에 대한 거장의 소박한 감사

거듭된 오페라의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앉았던 헨델(Händel)이 돈이 덜 드는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의 성공으로 기사회생한 것은 유명한 스토리다. 이를 대단히 부러워했던 작곡가가 하이든(Joseph Haydn)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하이든은 당대 유럽에서 가장 명망 높은 음악가였지만, 이렇다 할 종교음악을 내놓지 못했다는 고민이 있었다.

하이든이 종교음악 작곡에 착수한 것은 50대에 이르러서다. 영국 런던에 방문해서 헨델의 ‘메시아’를 접하고 깊은 충격을 받았던 하이든은 귀국하자마자 다른 작곡은 중단한 채 본격적인 오라토리오 작곡에만 전념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1798년의 ‘천지창조(Die Schöpfung)’, 3년 후엔 ‘사계(Die Jahreszeiten)’였다.

‘천지창조’가 강렬한 서사라면 ‘사계’는 소박한 농부의 눈을 통해 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노래한 곡이다. 같은 제목과 소재로 비발디와 차이콥스키, 피아졸라 등의 작품도 있지만, 하이든의 사계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4부 39곡으로 구성된 ‘사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연이 주는 4계절 변화와 그에 따르는 자연에 대한 외경과 환희 등을 그린 작품이다. 오라토리오는 종교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신이나 천사, 예언자들이 나오는 것이 보통. 그런데 사계는 농부들이 등장하는 것부터 획기적이다.

천사가 찬양하는 천지창조와 비교해 사계는 “천한 농부가 주를 찬양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자연과 그 속에서 생활하는 농부들의 소박한 생활과 그들의 기쁨이 아름답게 묘사돼 있고 그들의 신앙생활이 잘 나타나 있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각 계절마다 고유의 선율과 화음으로 그 시기 풍경을 묘사한다.

제1부 ‘봄’은 ‘겨울은 지나가고 봄이 왔네’라는 내용의 합창 속에서 호미를 들고 파종을 하러 들에 나가는 농부가 비가 오기를 기도하는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들의 풍경, 모든 자연의 소리가 신을 찬양한다. 제2부 ‘여름’은 오보에의 부드러운 선율 속에서 풀벌레 소리와 함께 여름밤을 지내고 새벽이 밝아오는 풍경과 양떼를 따라 밤이 밝기를 기다리는 목동, 떠오르는 태양을 찬미하고 창조주에게 감사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제3부 ‘가을’은 풍년을 축복하는 농부들의 노래다. 농부들의 합창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며 춤추는 젊은이들의 생기에 찬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어 스산한 겨울 벌판의 정경을 노래하는 제4부 ‘겨울’은 즐거움은 지나고 밤이 계속되는 겨울, 눈보라에 길을 잃은 나그네가 피난처를 찾는 모습 등을 담았다.

하이든은 이 작품을 작곡하는 동안 자주 탈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자연, 그를 통해 다가오는 신에 대한 감사와 기원을 담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은 탓이리라. 덕분에 이 작품은 두고두고 감동을 주는 걸작이 됐다.

오래오래 겨울일 것만 같던 시간은 어느덧 흘러 화사한 봄이 펼쳐지고 있다. 삶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또 평소보다 유난히 더 추운 겨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봄은 온다. 200여년 전 하이든이 얘기하고자 했던 것. 이런 위안이 있어 우리는 매 순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만끽하자. 우리에게 다가온 새봄을!

▶ 감상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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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옥 음악평론가]




Joseph Haydn Die Jahreszeiten(The Seasons) - Spring
Handel and Haydn Society of Boston, cond Roger Norrington



Joseph Haydn Die Jahreszeiten(The Seasons) - Summer
Handel and Haydn Society of Boston, cond Roger Norrington



Joseph Haydn Die Jahreszeiten(The Seasons) - 전곡
La Petite Bande, cond Sigiswald Kuij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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