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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은 1931년에 작곡가 김동진이 김동환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이다. 사진은 시인 김동환 (왼쪽)과 작곡가 김동진



김동진과 김동환의〈봄이 오면〉…
비극적 운명의 시인이 기다린 ‘봄’


우수 경칩 다 지나고 어느덧 봄이다. 그런데 아직도 날씨는 춥고 거리는 무채색의 겨울 복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봄이 왔다는데 몸과 마음은 아직도 겨울이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그립다.

<봄이 오면>은 1931년에 작곡가 김동진이 김동환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이다. 봄에 대한 노래는 많다. 서양의 곡들로부터 우리의 가곡까지. 그중에서 이 곡은 긴 수사 없이 딱 한마디로 봄이 확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봄이 오면>이 수록된 앨범 ▶)

생전에 김동진 선생은 학창시절 혼자 바이올린 연습을 끝내고 발성 연습을 하던 중 갑자기 이 곡이 떠올랐다고 얘기했었다. 평소 김동환의 이 시를 좋아했는데 풍금을 치며 발성 연습을 하던 중 시의 한 구절인 ‘건너 마을 젊은 처자’라는 부분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악상이 떠올라 즉시 오선지에 옮겼다고. 당시 선생의 나이 18세. 물오르는 젊음이었을 10대 청년이 봄을 대하는 마음이 소박하면서도 로맨틱하게 그려진 곡이다.

작곡가의 선율이 봄을 맞는 젊음의 연가(戀歌)라면 가사가 된 시를 쓴 김동환의 입장은 좀 다르다. 한국 문학사의 흔치 않은 문인 부부였던 김동환은 1929년 자신이 창간한 월간지 ‘삼천리(三千里)’에서 기자이던 최정희를 만난다. 훗날 소설가가 된 최정희에게 경제적 도움도 아끼지 않으며 사랑을 나누던 두 사람의 인연은 결혼으로 이어졌지만 삼천리의 경영난 속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결국 부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친일 활동을 하게 되고 이는 두고두고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흠집이 됐다.

그런 그들에게도 한때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훗날 최정희는 이 시기를 ‘꿈같이 행복했던 나날’이라고 술회하기도 했는데, 8·15 광복 후 6·25 동란 전까지의 약 5년간이다. 부모의 뒤를 이어 작가가 된 부부의 두 자매 지원과 채원 씨는 부친 김동환이 특히 <봄이 오면>과 <산 너머 남촌에는>을 좋아했다고 회상한다.

자신들의 흠결 때문에 자녀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또 자녀들을 가난과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보호해 주고자 안간힘을 쓰던 김동환은 6·25 전쟁 때 납북되면서 이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다. 행복은 짧게 끝났고 여덟 살, 네 살의 지원·채원 자매를 키우는 일은 최정희 혼자만의 몫이 되었다. 그 파란의 삶을 훗날 채원은 소설 ‘겨울의 환’에서 상세하게 묘사했다.

친일에서 납북으로 생을 마친 시인의 비극과, 그가 기다렸을 따스한 봄을 선율로 풀어낸 작곡가. 납북된 김동환과 달리 김동진은 6·25 전쟁 때 남하한 월남 작곡가였다.

서로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았지만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조국의 고통, 전쟁, 역사의 혼란 속 추위였다. 그래서 각각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이지만 그들에게 봄은 ‘봄’ 그 자체였을 것이다. 춥고 삭막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꿈. 곧 얼어붙은 모든 것이 녹고 꽃이 필 것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랑이 싹틀 것이라는 믿음.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하는….

▶ 감상을 원한다면…
[CD] 한국가곡 시와 노래, ㈜서울미디어
[CD] 아름다운 한국의 사계, 가곡사랑

[최영옥 음악평론가]




봄이 오면 - 바리톤 김성길


봄이 오면 - 소프라노 강미자



봄이 오면(노랫말 표시) - 테너 신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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