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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는 빈 신년음악회에 자주 등장하는 곡이다.
사진은 요한 슈트라우스(왼쪽)와 ‘봄의 소리’가 담긴 앨범(오른쪽).



요한 슈트라우스 ‘봄의 소리’…

카라얀을 웃게 한 배틀(Kathleen Battle)의 노래



매년 화려하게 열리는 ‘빈 신년음악회’.
여러 해가 기억에 남지만, 이 중에서도 1987년 무대는 특별했다. 이날 지휘봉을 잡은 이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베를린 필의 종신 지휘자면서 한 세기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히는 카라얀은 당시 79세의 고령이었다. 또 솔리스트로 함께할 연주자가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Kathleen Battle)이었다는 점에서 음악팬의 관심은 집중됐다.

미국 출신 흑인 소프라노로서 ‘노래하는 흑진주’로 불리는 배틀은 일찍이 카라얀이 ‘신이 내려준 목소리’라며 점찍은 가수였다. 마치 크리스털처럼 투명하고 가볍게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카라얀 외에 많은 거장들이 ‘듣기만 해도 커다란 기쁨을 주는 성악가’라고 극찬했다. 게다가 오페라 가수에겐 큰 축복이라 할 수 있는 출중한 미모에 패션 감각도 뛰어난 스타였다.

이날 배틀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봄의 소리(Fruhlingsstimmen)’를 노래했다. 슈트라우스의 대표작인 ‘봄의 소리’는 빈 신년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로 슈트라우스가 빈의 명소프라노 비안키를 위해 쓴 연주용 아리아다. 후에 관현악으로 편곡돼 오늘날에는 오케스트라로 더 많이 연주된다. 물론 첫 출발이 성악곡이었던 만큼 소프라노들이 종종 부르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곡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곡이다. ‘봄의 소리’라는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봄을 나타내는 모든 것(살랑대는 바람, 높게 지저귀는 새소리, 움트는 대지의 기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등)을 가볍고 신선하게 표현해야 한다.

배틀은 이날 종달새처럼 청아하고 빛나게 날아다녔다. 그런 배틀을 보고 흔연히 미소 짓던 카라얀. 좀처럼 웃는 일도 없고, 연주 중 눈을 뜨는 일도 별로 없는 카라얀을 봐온 팬들로선 깜짝 놀랄 장면이었다.

아쉬운 것은 이렇듯 카라얀을 웃게 할 만큼 뛰어난 소리를 지닌 배틀이 인성(人性)은 엉망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지나친 공주병과 무례한 언행이 도를 넘쳐 주역으로 활동하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쫓겨났다. 1994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홍보실 총감독 조셉 볼프는 “직업윤리에 어긋한 행위로 모든 출연진과의 예술적 협력에 심각한 손해를 끼쳤다”며 캐슬린 배틀을 방출했다. 볼프에게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낼 만큼 배틀은 적을 많이 만들었다.

필 단원들은 목소리도 몸매도 가늘지만 남을 톡 쏴 아프게 만든다며 ‘노래하는 모기’라는 별명을 배틀에게 지어줬다. 그녀와 함께 ‘연대의 딸’ 공연을 했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나는 배틀과 싸워 살아남았다(I Survived the Battle)’는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단체로 제작해 입을 정도였다.

결국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배틀은 그렇게 오페라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독창회나 콘서트 무대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는 오페라 가수의 운명은 거기서 그렇게 끝났다.

사실 카라얀도 인성 부분에서 별반 좋은 평가를 받은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일정 선(線)을 넘진 않았기에 모든 걸 잃지 않았다. 이건 중요한 포인트다. 이 점을 놓치는 바람에 가진 모든 걸 잃는 이들을 우린 최근 많이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배틀의 추락은 안타깝고 측은하며, 한편 답답하다.

▶ 추천 음반
* (CD) 1987년 빈 신년음악회, 배틀, 카라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
* (DVD) 카라얀 100주년 기념반, 소니비엠지뮤직

[최영옥 음악평론가]




요한 슈트라우스 '봄의 소리'(Voice of Spring) - sop Kathleen Battle
cond Herbert von Karajan, Vienna Philharmonic New Year's Concert 1987



요한 슈트라우스 '봄의 소리'(Voice of Spring) - sop 임선혜
con Billy Buhler, Vienna Strauss Festival Orch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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