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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프랑스 파리 살 플레옐 극장에서 열린 합동 콘서트 무대 <매경DB>



한 예술가의 안타까운 죽음

문경진의 ‘코리안 피스(Korean Peace) 닐리리아’


지난 3월 14일 프랑스 파리 ‘살 플레옐(Salle Ple yel)’ 극장. 매우 특별한 연주회가 열렸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북한 오케스트라 ‘은하수’의 합동 콘서트 무대였다. 합동 공연이지만 1부는 온전히 은하수 교향악단의 무대, 2부에서 라디오 프랑스와 은하수의 합동 연주가 이뤄졌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1부 무대에 솔리스트로 선 북한 바이올리니스트 문경진의 연주였다.

문경진(사진)은 북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다. 1981년생으로 2000년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을 졸업했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러시아 차이콥스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했다.  2005년 파가니니 콩쿠르와 2007년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 국제콩쿠르 2등을 수상하면서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9년 5월 김정일이 직접 지시해 만들어진 은하수악단의 악단장으로 활동해 왔다.

은하수 교향악단과 문경진이 협연한 곡은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Saint Saens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앙코르가 청해지자 그는 간단하게 곡목을 말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그가 앙코르로 연주한 곡은 ‘코리안 피스(Korean Peace) 닐리리아’. ‘닐리리아’가 무엇인지 현지 언론들의 질문이 많았다고 한다.

현지인들에겐 생소하겠지만 그 자리에 있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닐리리아가 무엇인지.

이 바이올리니스트가 최근 북한에서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지난 6월 29일 조선일보는 중국 내 대북 소식의 말을 인용해 현송월과 문경진 은하수 관현악단장, 정선영 은하수 관현악단 차석 바이올리니스트 등 예술인 10여명이 지난 20일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라고 한다.

은하수 관현악단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용 음악단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유학파 출신이며 북한 민요와 선전가요를 서구식 창법으로 편곡해 부르고 연주한다. 북한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만큼 최고급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등 대우가 남다르다.

다시 파리 공연으로 돌아가 보자. 라디오 프랑스와 은하수의 2부 합동 공연에선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연주됐고, 앙코르로 아리랑과 비제의 ‘카르멘’ 서곡이 이어졌다. 2번째 앙코르에 앞서 정명훈은 관객들을 향해 자신의 오랜 꿈이 음악 안에서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이었음을 얘기했다. 특히 이북이 고향인 어머니가 이날의 무대를 하늘에서 기뻐하실 거라고 했다. 또한 소망이 남과 북의 합동 연주회였다는 것도. 하지만 그 후 채 반년도 되지 않아 프랑스 무대에서 하나 됨을 보여줬던 문경진은 가혹한 운명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가슴 아픈 상황이지만, 잊지 않고 그의 명복을 빌어본다. 이제 문경진의 바이올린 연주는 들을 수 없다. 이를 안타까워하고 그의 마지막을 위로한다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바이올리니스트 문경진. 그의 외로운 영혼이 위로받기를 빈다.

# 문경진의 음반은 시중에 나와 있지 않다. 그의 연주를 들으려면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에서 떠돌아다니는 동영상으로나 갈증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부드럽게 온화하고, 단정한 신사 같은 연주가 매력적임을 느끼리라.

[최영옥 음악평론가]






Saint Saens'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violin 문경진 / 은하수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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