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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연주회, 청바지 연주회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쯤만 되어도 부모가 충분히 저녁외출을 할 수 있다. 미리 밥 차려놓고 '너희끼리 저녁 먹고 공부하고 있어라. 엄마랑 아빠는 10시쯤 돌아온다'라고 당부하고 나가는 일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청소년들만 집에 남겨두고 외출했다가는 부모 자격이 없다고 아이를 빼앗기게 된다. 법규가 그렇게 되어있다. 그러니 저녁시간에 부부가 문화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외출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시간동안 부모 대신에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쓰려면 문화행사에 드는 직접적인 비용 말고도 시간당으로 치러야하는 비싼 인건비가 추가되니 큰맘 먹어야 가능하다. 철저히 가족단위로 생활하는 미국에서 아이들을 이웃집에 맡기는 것도 여간해서 시도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저녁에 돌아다닐 일은 아예 포기하고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관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미국 젊은 부모들의 현실이다.

미국의 웬만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시즌 티켓의 구매가 생활화 되어있다. 대개 1년동안 자기 지역 오케스트라 연주를 패키지로 관람할 수 있는 시즌티켓을 구매하여 정기적으로 공연을 관람한다. 그러나 아무리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사람이라 해도, 아이들 때문에 자유롭게 저녁 외출을 할 형편이 안된다면 정기 관람은 엄두도 못낼 일이다. 또 출퇴근이 빠듯한 일상 생활에 매여 지내는 샐러리맨이라면 꼭 아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평일의 공연 관람은 부담스럽다. 연주회 시간에 맞추려면 5시에 퇴근해서 서둘러 집에 가서 밥 해먹고 옷 갈아입고 부랴부랴 연주회 장소로 달려가야 하고, 끝나면 붐비는 주차장에서 서둘러 차를 빼서 집으로 돌아가도 매우 늦은 시간이 되기 때문에 자주 즐길만한 가벼운 외출은 아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고상한 문화행사는 아이들 다 키워 시집장가 보낸 다음으로 미루고 산다. 잘 차려입고 공연을 관람한 뒤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풀코스 디너를 즐기며 그날의 연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여유있게 대화도 나눌 수 있을 만큼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건 언제일까? 바로 퇴직한 다음이다. 그러니 연주회장의 좋은 자리가 대개 현역에서 은퇴한 연금생활자들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유럽 청중들은 오래오래 깊은 박수를 치는 반면, 미국 청중들은 '커튼 콜' 한두번에는 열렬히 기립박수를 보내지만 박수가 오래 가지 않는다. 연령층이 높다보니 주차장에서 빨리 차를 꺼내어 길이 막히기 전에 공연장에서 벗어나려고 서둘러 객석을 뜨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들에게 하루 저녁의 클래식 음악회는 미리미리 계획되는 여섯시간짜리 풀코스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처럼 내일 공연이면 오늘 표 사고, 공연장 근처 우동집에서 우동 한그릇 후루룩 먹은 다음 서둘러 객석에 찾아 들어가 앉고, 쉬는 시간이나 되어야 로비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한숨 돌리는 공연 관람과는 정말 대조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 식은 우리식대로 실속있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일에 풀 코스 디너나 비싼 정장이 필수는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공짜 티켓이 생기기 전에는 결코 내 돈 내고 연주회 안가는 풍토,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연주회 관람티켓을 제출하라라는 숙제가 나왔을 때만 연주회에 가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미국의 공연예술이 흰머리 고객 중심으로 흐른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젊은층은 무한한 개발 가능성을 지닌 '가망 관객층'이다. 그들의 생활패턴을 섬세히 고려하여 그 여건 속에서 즐겁게 즐길만한 공연을 기획한다면, 젊은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여 침체된 클래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토요일 이른 저녁에 젊은이들이 부담없이 편한 청바지차림으로 나와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한 'Jean's Night (청바지의 밤)'이나 'Under  Forty (40세 미만 입장가)'가 바로 그런점에 착안하여 내가 대전시립교향악단에 있을 때 만들어 낸 연주회였다.

- 함신익 저《다락방의 베토벤, 김영사, 2003》중에서


  함신익 (咸信益, 1958~서울 생)
클래식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2010 ~2012) 및 대전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2001~2006)
역임. 경신고와 건국대 사대 음악교육과 졸업후 1982년에 미국 유학, 라이스대 석사와 로체스터대 이스트만 음대에서 지휘과 박사과정 수료. 1991년 폴란드의 피텔베르크 국제지휘자콩쿠르 은상 수상, 1992년 밀브룩관현악단 상임지휘자와 퍼시픽대 지휘교수,1995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예일대 음악대학 지휘학과 교수 부임.1995년 화관문화훈장 수훈. 저서로《다락방의 베토벤, 2003》과《예일대 명물교수 함토벤, 2008》등이 있음.



함신익 지휘 / KBS교향악단 -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제4악장



《esso》


  • ?
    Tipdeeriew6 2013.07.28 04:19
    {Hand
    "Su's big-nosed#file_links[D:\xrp\signature.txt,1,L] is this your female soul?"The strong thin son is surprised to be getting more foolish
    The black dress person refrains from rash action a pair of wings and return a body small f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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