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을 작곡한 헨리 비숍(왼쪽)과 서덜랜드의 앨범(오른쪽)
헨리 비숍의 '즐거운 나의 집'
잔인한 시간 견디는 가정의 달에
1990년 런던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The Royal Opera House Covent Garden)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관객의 면면이 다른 날보다 유난했다. 런던 주요 인사들은 다 한자리에 모인 듯했다. 존 메이저 총리 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공연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
남달랐던 이 광경은 공연이 진행되면서 이해가 됐다. 파티 장면에 등장한 가수 때문이다. 조안 서덜랜드(Joan Sutherland). 칼라스를 잇는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 일찍이 예후디 메뉴인이 “내가 세상에서 들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라며 극찬했던 오페라 가수다. 조국 호주에서 최고 훈장을 받았고, 절반 이상 활동했던 영국에선 ‘Dame’ 작위를 서훈하며 아꼈다.
서덜랜드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곡이 의외였다. 그와 한평생을 함께한 오페라 ‘아리아’가 마지막 곡일 것이라 예상됐지만, 아니었다. 서덜랜드가 선사한 곡은 헨리 비숍(Bishop, Henry Rowley)의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이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집 내 집뿐이리
‘즐거운 나의 집’은 영국인 음악가 헨리 비숍이 1823년 미국 극작가이자 배우 존 하워드 페인의 가사에 맞춰 작곡했다. 오페라 ‘클라리, 밀라노의 아가씨’에 나온 뒤,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과 그의 부인이 특히 좋아했던 곡으로 전해지며, 남북전쟁 때 남군, 북군 할 것 없이 널리 불려졌다. 전쟁 속 향수를 달랬던 곡으로 유명하다.
호주인이었지만 영국이 자랑하는 소프라노이기도 했던 그가 바로 영국 코벤트가든 무대와 영국을 ‘Home’으로 노래하고, 이 ‘자신의 집’에서 오페라 가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 모습은 그의 은퇴 무대를 아쉬움 속에 지켜본 전 세계 팬들에게도 오래 기억될 만큼 따뜻한 작별로 남았다.
즐거운 나의 집. 그 어느 때보다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요즘이다. 엄마와 아빠, 자녀가 함께 웃음꽃을 피우는 가정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편안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가정들이 자리 잡고 있는 사회는 안전하고 평화롭다. 하지만 최근 사회의 가장 기본인 가정들이 흔들리고 아파하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자녀들을 가슴에 묻고 깊은 상처에 빠진 부모들도….
그들의 마음을 치유해줄 그 어떤 방법도 마땅치 않음을 절감한다. 지켜보는 우리들도 참 아프다. 잔인한 이 시간들이 언제쯤 지나갈 것인가! 하필이면 가정의 달인 이 5월에.
▶ 음악을 듣고 싶다면…
[CD] 조안 서덜랜드- 홈 스위트 홈, 보닝 지휘, 뉴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CD] 로저 와그너 합창단 (Roger Wagner Chorale) - Home Sweet Home
[최영옥 음악평론가]
Joan Sutherland's Last Song - Home Sweet Home
소프라노 조앤 서덜랜드(1926-2010)가 63세에 은퇴한 1990년, 태어난 고향인 오스트레일리아의 Sydney Opera House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면서 부른 마지막 노래가 Home Sweet Home이었다. 이날의 본 공연 Meyerbeer의 오페라 Les Huguenots(위그노敎徒)의 여왕 마고(La Reine Margot)역을 마치고 다시 무대에 나와 부르는 의미있는 앵콜곡이었다. 노래가 시작되기까지 6분이 넘는 동안, 전 출연진과 관객들이 환호와 기립박수로 보내는 뜨거운 사랑과 존경의 장면이 매우 감동적이다. 위의 본문에서 같은 해 1990년 런던의 코벤트가든 은퇴공연에서도 같은 노래 Home Sweet Home을 마지막으로 불렀다고 되어 있다. 태생의 조국사랑과 더불어 오페라 가수로 대성하고 활약한 제2의 고향 런던사랑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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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바친 오페라 성악가의 영예로운 은퇴를 진정으로 아쉬워하며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관객들의 마음이 잘 읽혀집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런던 코벤트가든, 두군데 은퇴공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그의 남편인 리처드 보닝게(Richard Bonynge)라고
알고 있습니다. 조앤 서덜랜드보다 4년 연하(1930년생)이자 같은 고향 시드니 태생인 그는 원래 피아니스트였는데,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며
성악가 코치일을 하던 중 서덜랜드를 만나 1954년에 결혼했다고 합니다. 아들이 하나 있고 현재 스위스와 시드니 양쪽에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