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마종기 -

by 김혜숙 posted Jun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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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 마종기 -



- 사진: 연봉모 -



1 안녕히 가세요. 곧 따라가겠지요. 몸은 비에 젖은 땅에 묻고 영혼은 안 보이는 길 떠나네. 나보다 몇 살 위의 代子님, 자주 만난 날들이 맑은 빗물 같애. 공중에 어리는 가벼운 길 떠나면서 퍼붓는 빗속에 남는 이름들, 안녕히 가세요. 희미하게 가는 길 지우면서 비가 쓰러지네. 2 침묵만 남기고 돌아선 자리, 은밀한 회한의 냄새를 지운다. 누구의 잘못을 가려 무엇하랴. 남은 시간의 사면이 다 어두워 돌이켜 찾아도 보이지 않는, 생활에 젖은 옷이 흰빛으로 마른다. 망각의 날개되어 머리 위로 떠오른다. 인연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지? 미열을 털어버린 도시의 중심에서 촉촉한 빈혈의 얼굴이 돌아선다.

(마종기의 시집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에서)


- Argerich/Maisky, Beethoven Cello Sonata No.1 in F major Op.5 -


~ 霧 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