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을 걸으며

by 홍순진 posted Jul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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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
봄의 여왕 목련처럼 화사하지도, 한 여름에 미색을 자랑하는 장미처럼 빼어나게 아름답지도 않지만, 들판에 수북히 피어 있는 들국화는 들과 산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료함을 달래주며 피곤한 행로에 동반자이기를 자처하는 꽃이다. 정겹고 아름답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잘 자라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되는 꽃이다.

그런가 하면 오솔길 돌아 가는 길에 자그맣게 쌓아 놓은 돌탑은 소망을 빌며 지날때 마다 정갈한 돌을 골라 한돌 한돌 올려 놓는 여인의 모습이 떠 오른다.

엄마의 모습같기도 하고 내 모습 같기도 하다. 문득 딸아이 생각이 간절하다. 그애도 벌써 할머니가 되었고 나는 덩다라 증조 할머니가 되었구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오솔길 바위에 걸터앉아 나무 틈 사이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딸애 모습을 그려본다. 보고싶다.

詩人 조지훈의 餘韻
물에서 갓나온 여인이 옷 입기 전 한때를 잠간 돌아선 모습, "달빛에 젖은 塔이여 !" 온몸에 흐르는 윤기는 상긋한 풀내음새라. 검푸른 숲 그림자가 흔들릴 때마다 머리채는 부드러운 어깨위에 출렁인다.

희디흰 얼굴이 그리워서 조용히 옆으로 닥아서면 수지움에 놀란 그는 흠칫 돌아서서 먼뎃산을 본다. 재빨리 구름을 빠져나온 달이 그 얼굴을 엿보았을까, 어디서 보아도 돌아선 모습일뿐 영원히 얼굴을 보이지 않는 塔 이여 !

바로 그때였다 그는 藍甲沙 한필을 허공에 펼쳐 그냥 온몸에 휘감은채로 숲속을 향하여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한충, 두층, 발 돋움하며 나는 걸어가는 여인의 그 검푸른 머리칼 너머로 기우는 보름달을 보고 있었다. 아련한 몸매에는 바람소리가 잔잔한 물살처럼 감기기고 있었다. ..... 조지훈

- Dais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