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박두진

by 김상각 posted Apr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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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붉게 피고
두견새며 녹음 따라
꾀꼬리도 와서
울고 하면

숲은,
새 색시같이 즐거웠다

우거진 녹음위에 오락가락
검은 구름떼가 몰리고, 이어,
성난 하늘에,
우르르르 천둥이며, 비바람에,
파란 번갯불이 질리고 하면,

숲은,
후들후들 무서워서 떨었다.

찬비가 내리곤 하다가,
이윽고 하늘에 서릿발이 서고,
찬 바람에 우수수수
누렁 나뭇잎들이 떨어지며,


달밤에,
귀뜨라미며 풀벌레들이
울고 하면

숲은
쓸쓸하여,
숲은 한숨 짓곤 하였다.

부우연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고,
눈위에 바람이 일어
눈보라가 휩쓸고
카랑카랑 맵게 춥고, 달이며,
별도 얼어 떨고
부엉이가 와서 울고 하면,

숲은
웅숭그리며 하얀 눈 위에서
한밤 내 -- 울었다.

- 박두진 -
(靑鹿集 중에서)


朴斗鎭 .....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하였다.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지를 통해 등단 하였다.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집"을 간행한뒤 첫 개인시집 "해"를 출간하였다. 이후 "오도" 거미와 성좌" 인간밀림" "고산식물" "수석열전" "속 수석열전" "사도행전" "야생대" "포옹무한" "빙벽을 깬다" 등의 시집과 시론집 "시와 사랑" "한국현대시론" 등을 간행 하였다. 1998년 작고 하였다.




...........글 옮긴이, 문서작성 : 珏 ... 2017년 4월 중순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