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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2 10:36

야인시대(ssheem 14)

조회 수 2003 추천 수 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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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륙의 단군 자손들: 전통과 긍지
심상근 2003. 1. 12.
‘야인 시대’

나는 원래 성격이 꼬챙이 같아서 한국 텔레비죤 연속방송 비데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 힘들다. 나의 아내는 그래서 어떤 때는 나와 같이 비데오를 보는 것을 삻어한다. “그냥 대충 대충 보면 되지 무얼 그렇게 꼬치꼬치 생각해?”라며 나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태생이 그렇지, 일부러 꼬치꼬치 생각하는 것은아니다.
예를 들면, 나는 한국 연속방송의 브르죠아 냄새를 싫어한다. 돈 있는 자들은 잘생기고 으젓하게 행동하고, 돈 없는 자들은 덜 잘생기고 긍지 없이 행동하게 그리는 극작가들이 무지무지하게 경멸스럽다.

실제로,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 중에는 알고보면 되게 싹아지 없는 자들이 많다. 반면 평범하게 혹은 초라하게 사는 사람들 중에는 인간성이 좋고 품위가 그윽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미 돈이나 권력을 축적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미는 것도 무지무지하게 밉다. 좀 잘생기고 똑똑한 주인공이 아주 가난하고 초라하게 묘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오직 시작일 때만 그렇고, 조금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그들이 알고 보니 예전에 잃어버린 혹은 헤어진 재벌집 손자라느니, 손녀라느니 이런 식으로 끌고간다. 치사하다.

제 힘으로,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여 인간의 긍지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툭하면, 부잣집 아들이 가난한 여자에게, 흡사 진시황이 궁녀에게 베풀듯하는 은총을 베풀고, 사치스러운 호텔 혹은 선물로 감격시키는 등의 장면이 흔하다. 욕지거리가 나와서 참기가 힘들다.

그리고, 부잣집 딸이 가난한 남자를 사랑하면 남자를, 그 여자의 하인처럼, 그 여자를 위해 희생만 하다가 죽어가는 이야기로 묘사한다. ‘모래 시계’도 그랬고, ‘그대를 알고부터’인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에서도 그랬다. 잘살고 권력이 있으면 상급 인간이요, 하급들은 그 상급 인간들이 사랑해 주는 것만에도 감지덕지하다가 그 상급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존재로 이야기를 꾸민다.

내가 그래서 노상 이야기하기를 한국의 극작가들 등은 미아리 창녀촌 여자들보다도 더 하류의 인간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진실이다.

독자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 이러한 식의 나의 모난 의견을 듣게 되므로 다행이다. 나의 아내는 사시사철 나의 이러한 코멘트를 들으니 지긋지긋하게 느낄 법도 하다. “아이고, 당신 같은 사람은 멀리서나 두고 보면 좋을까 옆에 붙어 살 것 아니야!” 비데오를 볼 때 옆에서 코멘트하면 나오는 이야기이다.

나도 그 의견에는 이견이 없다. 나도 나 같은 사람 옆에 붙어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의 마음의 레이다에 잡히는 것들을 안 볼 수도 없다. 궁극적으로 한국 극작가들의 잘못이지, 그 것을 레이다로 잡아내어 쪼개는 나의 잘못은 아니다.

나의 아내도 예전에는 한국 비데오를 전혀 안 보았다. 아이들과 싱갱이 하기에 24시간이 모자랐다. 한국 여자들이 다 그렇지만, 나의 아내도 인근에서 ‘맹모’로 불리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커서 나가자 어쩔줄을 몰라했다. 처음에는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1971년 2월 17일 오후 4시 32분에 내가 자기에게 이렇게 섭섭한 짓을 했다. 그 뿐이냐, 1977년 9월 21일 오후 8시 27분에 저렇게 섭섭한 짓을 했다, 이런 식으로 볶아대었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오래 사는 이유가 세 가지가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탓할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윽고 그 것도 시들한지, 동네 교포 아주머니들을 자주 찾아다니었다. 여자들은 곰방 만나도 100년 같이 산 남편보다 서로 더 가깝게 느끼는 모양이다. 하다못해 곰방 만난 백인 여자, 흑인 여자와 이야기를 시작해도 이, 삼분이 지나면 서로 흡사 여동기간인 것처럼 노는 수가 많다. 특히 남자들 흉보는 이야기가 나오면 백년지기가 따로 없다.

그러다가 나와 나의 아내가 시작한 것이 한국 가라오께와 한국 연속극 비데오였다.
그러나, 아내도 한국 비데오의 질에는 실망이 크다. “세끼 밥 먹고 어째 그렇게 밖에 못 만드나?”한다.

그러다가 요즈음 한참 인기리에 방영되는 ‘야인 시대’를 보고 있는 데, 주먹들 이야기인지라 재미는 있다. 더구나 일본 압제 하에 펼쳐지는 이야기인지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루 오후 비데오 대여집에 같더니 카운터 아주머니가 혀가 한 자는 나와 있었다. 그 전 날 도착할 ‘야인 시대’ 테이프가 하루 늦게 막 도착하여, 그 동안 “야인 시대’ 도착했느냐, 왜 도착 안 했느냐, 그 것 보는 재미로 요즈음 사는 데 아직 안 도착했다는 말이 무슨 소리냐, 이런 식의 아우성 전화를 수 십 통도 더 받으며 부대끼었다고 한다.

그렇게 인기가 좋은 것은 좋은 데, 이 극은 시청자들의 팔에 ‘아편 주사’를 너무 놓는다.
아편은 이유 없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그래서 아편 주사를 맞으면 몽롱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일본도를 거머쥔 놈들이 열 명, 수무 명이 이 덤벼들어도 긴 코트 입고 긴 마후라를 무릎 밑에까지 내리고 모자까지 쓰고 밤잠도 설친 처지에서 빈 주먹 만으로 모두 쓸어 뜨린다?

그래서 계산 없이 오직 성질내키는 대로 할 수 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욱- 하는 성질만 부리며 쇄국정책을 하다가 시대에 뒤떨어져 식민지로 전락한 역사적 배경에서, 다시 동일한 정서를 부추기는 면이 있어서 영 입맛이 쓰다.

한국은 경제 규모는 세계 대열에 들어섰는지 모르지만, 이런 면에서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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