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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년전 古都 앙코르유적 ♣   글쓴이: 뚝사미 메일메시지무선메시지송금하기
조회:8 날짜:2003/01/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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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전 古都 앙코르 유적

‘눈에 띄는’사원만 1000여개…상당수 지뢰 묻혀있어

이른 아침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맞는 앙코르의 숲 공기는 상쾌했다. 두세 아름도 넘을 거목들은 하늘의 대부분을 가렸고 검은 코끼리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그 짙은 정글지대가 끝날 무렵 톱니 모양의 검은 윤곽선으로 푸른 하늘과 교합한 옛 사원의 첨탑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 석양의 앙코르와트 상부 첨탑 밑동으로 관광갱이 걸어오르고 있다.
밀림 저편에서 시엠렙시로 향하는 긴 자전거의 행렬이 흘러왔다.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1인 무려 200만명이 학살당한 ‘킬링필드’의 사람들. 그들의 얼굴은 그러나 뜻밖으로 유순해보였다. 20여년 전 가한 자들의 잔혹함과 당한 사람들의 공포가 유달랐던 대학살이었다. 그렇듯 무도한 학살극을 벌이긴 했지만 크메르족의 조상들이 세운 앙코르 왕국의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예술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캄보디아인들의 자부심 앙코르 유적지는 캄보디아 중앙부 시엠렙시 북방에 있다. 아니, 톤레삽 호수 북쪽이라고 하는 것이 지도 찾아보기에도 더 쉽고 빠를 것이다. 인도차이나반도 최대의 호수인 톤레삽 호수는 바로 앙코르 유적에 쓰인 석재를 날라오던 수로였다.

앙코르 유적지 일대는 거의 완벽한 평지다. 해발 60m의 둔덕이 ‘가장 높은 산’이 될 정도로…. 거기에 무슨 바윗덩이가 있었을 리가 없다. 옛 앙코르 왕국 사람들은 톤레삽 호수와 이 호수에 맥을 대고 있는 메콩강을 통해 수백킬로미터 멀리의 산으로부터 석재를 취해왔던 것이다.

국토의 75%가 울창한 삼림인 나라이니 목재를 구하기가 한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먼 데서 애써 석재를 가져다 사원을 축조한 것으로 미루어 옛 앙코르 사람들이 사원에 준 의미가 특별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인들의 가옥은 물론 왕궁마저도 목재를 썼기에 사원 이외 사람들의 거주처로서 남은 유적은 거의 전무하다.

●목재 지역서 석재로 사원 축조

크메르족의 왕도가 이곳 앙코르로 옮겨온 것은 우리의 고려 초쯤인 890년경이다. 야소바르만 1세 왕은 당시 해상을 통해 유입된 힌두 사상에 따라 신들의 거주처이며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메루(meru)산, 곧 수미산(須彌山)의 대신으로 5개의 첨탑을 가진 사원들을 건축했다. 그 후대 왕들도 신성의 ‘사원 산(山)’들을 다투어 세우며 앙코르는 크메르 왕국의 수도로 400여년 번영을 누렸다.

▲ 카보디아의 상징이 된 '크메르의 미소'비욘사원에 서 있다.
사원은 왕들의 신앙에 따라 시바신을 모신 힌두사원으로 혹은 보살을 모신 불교사원으로 세워졌다. 또한 불교사원 안에 시바신의 상징인 링가를, 힌두사원 안에 불상들을 모시기도 했다. 우리에게서 무속과 불교가 습합했듯 이곳 앙코르에서는 힌두교와 불교가 습합된 것이다.

내전 시절 매설된 지뢰 때문에 아예 접근도 못하고 있는 밀림 속의 것들 이외, 눈에 띄는 것만도 앙코르의 사원은 모두 1000여개를 헤아린다. 거기를 단 이틀 잡고 찾아간 한심한 나그네에게 ‘앙코르 매니아’들이 “어떻게든 꼭 보고 가라”며 권하는 대상은 앙코르와트, 그리고 앙코르톰 내의 바욘사원과 타프롬사원이다.

앙코르(Angkor)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나가라(nagara)’에서 온 말로서 도시, 와트(wat)는 사원이란 의미이니 앙코르와트는 사원의 도시다. 톰(thom)은 크다는 뜻이고 앙코르톰은 큰 도시라는 뜻이다. 우리 서울로 치면 4대문 안의 도성이 앙코르톰이며, 그 안팎에 400년 세월에 걸쳐 세워진 크고 작은 사원들 중 가장 장대한, 경주 불국사 같은 사원이 앙코르와트다. 한편 바욤사원은 앙코르톰의 중심 사원이었기에 들인 정성이 각별했다.

시엠렙 시가지에서 북쪽으로 약 5km 달리자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널찍한 강 같은 앙코르와트의 남쪽 해자(垓字:방어용 수로)가 펼쳐진다. 거기서 7~8km 북방까지, 동서로는 8km쯤 되는 정글지대 안에 앙코르의 핵심 유적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이 수영하며 놀고 있기도 한 해자를 따라 왼쪽으로 빙 돌아가자 버스, 수많은 오토바이, 유럽인, 중국인, 한국인들로 혼잡스러운 앙코르와트 서문 진입로다. 앙코르와트는 우리 역사로 치면 고려 중기쯤 되는 1113년 왕위에 오른 뒤 베트남의 참족을 굴복시킨 수리야 바르만2세가 세웠다. 힌두교 3대 최고신에 드는 비슈누신의 영광을 위해서였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 앙코르왕국의 중심 사원이었던 바욘사원,둘레의 수로는 시성의 강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높이 60m의 다섯 개 탑으로 앙코르와트는 이미 장관이지만 그러나 웅장함은 앙코르와트의 주된 특징이 아니다. 앙코르와트의 뛰어남은 무엇보다 섬세함에 있다. 문 기둥, 벽체 어디건 한 뼘의 여백도 없이 빼곡히 정교한 부조물들로 채워져 있다. 춤추는 천상의 요정 압사라(apsara)가 무엇보다 눈에 띈다. 손바닥을 뒤로 꺾고 다리는 마름모꼴로 벌리며 춤추는 압사라, 압사라들…. 이곳 앙코르와트에는 모두 2000개의 압사라상이 새겨져 있는데,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수도자나 기도객들이 머무는 곳인 긴 회랑들 벽체의 부조는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 즉 라마왕 행전(行傳)을 그린 것이다. 이야기의 흥미진진함만큼 부조의 형상도 다양하다. 그 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는 선상(船上) 파빌리온(부속 건물) 부분을 꼽는다. 노 젓는 사공, 투계(鬪鷄)놀음하는 사람들, 장기 두는 사람들, 술 마시는 사람과 어릿광대 등. 이는 톤레삽 호수에서의 선상 생활을 묘사한 것으로 추측한다. 문틀 장식에만도 긴 시일이 필요했을 것 같은 이 대사원의 축조엔 35년간 매일 20만명이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섬세한 부조물’ 최대 볼거리

▲ 거목이 유적을 뒤덮고 있을 형상을 기대로 보존해둔 타프롬사원
앙코르와트에서 80년 세월이 흘러 1200년대로 가면 앙코르톰의 바욘사원이 거기 있다. 광개토대왕과 세종대왕을 반반 합친 것 같은 걸출한 왕 자야바르만7세가 세운 사원이다. 대물린 원수인 베트남 지방 참족의 지배로부터 앙코르 왕국을 되찾은 뒤 그는 새 왕도로 앙코르톰을 건설했고, 불멸의 요새이기를 기원하며 바욘사원을 세웠다. 참족에 이긴 것이 부처의 보살핌 덕이라고 믿었던 그는 ‘부처의 발에 영광을 주기 위해’ 이 절을 지었다고 한다.

바욘사원의 부조에는 왕이 승리로 이끈 ‘길고도 고통스러웠던 참족과의 전투’ 상황이 세세하게 묘사돼 있다. 코끼리를 탄 장수, 군수물자를 나르는 노예들, 톤레삽 호수의 전함에서 떨어져 죽는 참족 군사, 그들을 잡아먹는 악어 등 참족과의 전쟁 풍경에 이어 병째 들이마시는 주정뱅이, 여자와 희롱하는 중국인들, 저울 다는 상인 등 시장 풍경도 세세하다.

스님들이 머물던 제2 회랑을 지나 사원의 제일 위쪽 회랑으로 올랐다. 높이 4~5m 되는 사면(四面) 불상들이 중앙탑 주변을 빙 둘러 서 있다. 걸음을 옮기자 불상의 옆 얼굴이 나타나고 그 불상 뒤에 가렸던 사면불이 푸른 숲을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리 보고 저리 살펴보는 사이,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불상들이 살아 나서고 숨기를 거듭하는 것 같은 착각이 인다. 이 기묘한 공간미에 홀려 결국 침묵 속으로 빠져든 여행자들이 여기저기 조용히 앉아 있다.

갑자기 중앙탑 북쪽 저편이 관광객들로 법석이다. 캄보디아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불상인 ‘크메르의 미소’ 앞이다. 이 앞에서의 기념 사진이 큰 인기다.

앙코르톰 도성 동쪽 바깥의 밀림지대…. 거기에 자야바르만 7세가 바욘사원보다 7년 먼저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사원인 타프롬사원이 있다. ‘인디애나 존스’ ‘툼레이더’ 등 원시적인 분위기의 연출이 필요한 영화들의 촬영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고푸라(gopura:사원 입구에 부조로 장식된 구조물)를 지나 타프롬사원 회랑 안쪽 어두컴컴한 뜰로 들어선 순간 멈칫 걸음이 멈추어진다. 그저 나무들뿐인 숲속이었다면 그곳의 정적감이 그렇게 농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뿌리로 사원의 석재 사이를 비집으며 내려가 종내는 유적지를 허물어뜨리고 남은 유적의 벽체 위로 심해의 거대한 문어발 같은 줄기로 뒤덮어버린 케이폭(Kapok)거목들…. 이곳의 시공간은 천년 세월 저편의 것 그대인 것 같다.

다른 사원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거목들로 허물어지고 휘감겨 있었으며 그 중 타프롬사원만 일부러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어떤 군주가 언제, 어떤 이유로 이 왕도를 버렸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래서 더더욱 앙코르는 불가사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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