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됐을 거야 문화 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 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 詩人 : 문정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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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9 00:42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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