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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21:55

푸른 하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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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내게로 오너라. 어서 너는 내게로 오너라. 불이났다. 그리운 집들이 타고 푸른동산 난만한 꽃들이 타고, 이웃들이은 이웃들은 다 쫓기어 울며울며 흩어졌다. 아무도없다.


이리들이 으르댄다. 양 떼가 무찔린다. 이리들이 으르대며 이리가 이리와 더불어 싸운다. 살점들을 물어뗀다. 피가 흐른다. 서로 죽이며 자꾸 서로 죽는다. 이리는 이리로 더불어 싸우다가 이리는 이리로 더불어 멸하리라.


처참한 밤이다. 그러나 하늘엔 별, 별들이 남아있다. 날마다 아침은 해도 돋는다. 어서 오너라 ... 황폐한 땅을 새로 파 이루고 너는 나와 씨앗을 뿌리자.다시 푸른산을 이루자. 붉은 꽃밭을 이루자.


정정한 푸른 장생목도 심고, 한철났다 스러지는 일년초도 심자. 잣나무 오얏 복숭아도 심고 들장미 석죽 산국화도 심자. 싹이나서 자라면 이어 붉은 꽃이 피리니 ....


새로 푸른동산에 금빛새가 날아오고 붉은 꽃밭에 나비 꿀벌떼가 날아들면 너는.. 아아 그때 나와 얼마나 즐거우랴. 푸른 하늘 푸른 하늘 아래 난만한 꽃밭에서 너는 나와 마주 춤을 추며 즐기자. 춤을 추며 노래하며 즐기자. 울며 즐기자. ..... 어서 오너라 .......



- 박두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