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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14:18

결혼 50주년

조회 수 96 추천 수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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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0주년

나는 요즘 감기로 식욕마저 잃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평상시처럼 대해주는 아내가 조금은 섭섭하게 생각됐던 그 날, 약속 때문에 나가려 막 현관문을 여는데
아내는 내 곁에 다가와 5천원이 필요하다며 늙은 얼굴에 미소까지 띄며 살포시 손을 내민다.
평소 안하던 아내의 행동에 당황해진 나에게 방울토마토가 그렇게도 먹고 싶단다.

50년 함께 살아 온 세월, 나에게 투정도 애교도 부릴 줄 모르든
아내의 주름진 손에 5천원 권 1장을 쥐어주고 집 문을 나서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늙으면 애가 된다드니...

평생 좋은 음식 모두 사양하며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것으로 만족 해 하던 당신이~ 구멍 난 양말을 기워 신고도 자식들에게는 새 양말을 신기던 당신의 갑작스런 행동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방울토마토를 먹고 싶다며 자신 있게 내미는 아내의 손이 자꾸만 떠오른다.
돌아오는 길에 방울토마토 한 상자를 샀다.
아내에게 실컷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현관문을 여니 내가 좋아하는 생태찌게 냄새가 코끝에 스민다. 반갑게 맞아주는 아내의 행동이 오늘따라 심상치 않다.

밥상에 마주앉은 아내가 한마디 건넨다. 방울토마토 보다 당신이 좋아하는 생태찌개가 좋을 것 같아서...

순간 나도 몰래 벽걸이 달력에 눈이 간다.
결혼 50주년이란 까만 글씨가 오늘 날짜에 선명하게 찍어 있다. 그래서 아내는 5천원이 필요 했나보다. 내가 좋아하는 생태찌개를 준비하려고...
다행히 방울토마토를 준비한 나와 아내는 그렇게 단출하지만 멋진 금혼일을 보냈다.

- 최형식 (새벽편지 가족)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