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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과학 논문 쓰기


요즘 난데없이 일반인들도 과학 논문 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아쉽게도 관심을 끄는 부분은 논문의 내용이 아니라 저자의 순서이다. 과거 영어권에서는 이름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저자 순서를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1977년에 내 박사학위 논문 내용을 저널에 발표했을 때 제1 저자는 당시 내가 속한 연구실에서 20년 정도 근무하며 대학원생들의 실험에 필요한 장비 제작에 참여했던 유능한 테크니션이었고 나는 5명 중 네 번째 저자가 되었다.

요즘은 논문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이 제1 저자, 지도교수는 교신 저자가 되는 것이 관례이다. 따라서 외국어고 2학년 학생 신분이라 하더라도 논문에 발표된 실험의 주요 부분을 주도적으로 수행했고, 결과를 충분히 이해해서 심사위원 질문에 답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면 SCIE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영어 논문의 제1 저자가 되어도 좋을 것이다. 나도 과거에 그 정도로 뛰어난 과학고나 외국어고 학생을 여럿 만나보았다.

'고2 문과 학생이 국제학술지 영어 논문의 제1 저자가 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해서 '그럼 별 문제가 없네'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문제의 초점은 조 모씨가 실제로 해당 논문의 제1 저자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 분야의 배경 지식이 없이 불과 2주의 인턴 기간에 그 정도의 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논문 작성에 기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알려진 대로 실험에 사용된 신생아의 혈액 시료는 이미 수년 전에 채취되어 있었다고 하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 등 핵심 실험은 하루이틀에 배워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예컨대 미량의 DNA를 다량으로 복제하는 PCR 방법도 많이 자동화되었다고는 하나 최적의 조건을 찾으려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결과의 해석은 더욱 어려운 부분이다. 문제가 된 논문의 제목만 보아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용어가 하나둘이 아니다. 그러니 조씨가 논문 전체가 아니더라도 초록 내용이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제1 저자로 등재된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최종 판정을 내려야 할까? 내 생각에는 일단 실험 노트나 당시 연구실 동료의 증언 등을 통해 본인이 실험을 수행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다음에는 논문에 등장하는 그림이나 도표 등을 한두 개라도 설명해서 본인이 논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의미한 논란만 이어질지도 모른다.

[김희준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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