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버지의 목발 - - 

어느 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딸이 함께 여행을 가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큰 사고였습니다. 

어머니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으나 아버지와 딸은 모두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딸의 상처가 깊어서 오랫동안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했으나 평생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할 신세가 되었습니다. 
딸보다 먼저 퇴원한 아버지도 딸과 다름이 없이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습니다. 

사고 당시 사춘기에 있었던 딸은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가 깊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은 조잘거리며 신나게 몰려다닐 때도 
그 딸은 늘 혼자 목발을 짚고 외로이 집으로 와야만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같은 목발 신세인 아버지가 
말동무처럼 딸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대해주며 
함께 이야기를 해 주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딸은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투정을 부리는 딸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가 나서서 
말없이 그 투정을 받아 주었습니다. 
딸은 아버지와 공원 벤치에 나란히 목발을 기대어놓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었습니다. 

어려운 사춘기를 잘 넘기고 딸은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입학식 날 아버지가 목발을 짚고 학교에 같이 참석하여 
딸을 안아 주며 말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내 딸이 자랑스럽구나. 
너는 나의 자랑이며 보람이란다.” 
딸은 정말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 해 어느 날이었습니다. 
세 식구가 나란히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딸은 목발을 짚고 가야 했습니다. 
길을 걷는 그들 앞에서 작은 꼬마 하나가 공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이 큰길로 굴러갔습니다. 꼬마는 앞뒤를 살피지도 않고 
공을 주우러 큰길로 뛰어 들었습니다. 

길모퉁이에서 큰 트럭이 달려 나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아버지가 목발을 내던지고는 길로 뛰어들어 
꼬마를 안고 뒹굴어 위험의 순간을 간신히 넘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꼬마를 안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길을 건너 
모녀에게 오는 것 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순간적인 행동은 너무나 날쌔고 자연스러웠습니다. 
목발 집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동작이었습니다. 
딸은 자기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아이를 안고 오시는 아버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가 다가와서 딸을 꼭 껴안고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애야, 이제 말할 때가 된 것 같구나. 
사실 너의 아버지는 오래 전에 다리가 다 나았단다. 
그 때 퇴원 후에 곧 정상이 되었거든. 

그러나 네가 목발을 짚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때부터 아버지도 목발을 짚고 다니기로 작정하셨던 거야. 
내가 말렸지만 너랑 아픔을 같이 해야 한다고 고집하셨던 거야. 
그러니까 아버지가 일부러 목발을 짚고 다닌 지가 
벌써 5년이 되었구나. 

이 사실은 아버지 회사원도, 우리 친척도 아무도 모르지. 
나와 아버지 밖에 모르는 비밀이었지.” 
그 말을 들은 딸은 아버지 품에 안겨 
한 없이, 한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 감동 글 중에서 ) 

사랑하는 친구들, 오늘도 건강하소서.


소프라노 Maria Callas (마리아 칼라스)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中
1막 2장 '로지나의 아리아'
Una Voce Poco Fa (방금 들린 그대 음성)

 
  나의 맘에 들리는 정다운 그대 음성,
  나의 마음 아픈 것도 그대 음성 때문에...
  그대와의 이 사랑, 이루어짐 맹세하리.

  돌봐주는 사람들 모두 다 저버리고
  갖은 재주 다 부려 이루어 보겠어요.

  온순한 나의 마음, 
  또 공손하고 착하게 자라서 
  어질던 이 몸의 섭리 따라서 순종하리라.

  그러나 연약한 마음일랑 버리고
  지혜로운 뱀이 되어, 
  온갖 솜씨 다하여 
  그와의 사랑 끝내 이뤄 보리라.
  그와의 사랑 끝내 이뤄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