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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안 해도 된다"는 베트남이 더 무섭다 /김태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이번엔 꼭 국가 차원에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시민단체와 종교인•학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그런데 그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 것은 우리 정부가 사죄하려고 했지만 베트남 정부가 "사과 안 해도 된다"며 만류했다는 사실이다. 사과하는 마음은 선(善)하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래서 어렵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기 어렵다'(Hard to Say I'm Sorry)는 제목의 팝송도 있다. 하지만 사과하기보다 더 어려운 게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가해자의 사과는 마땅하지만, 용서는 피해자가 복수를 포기하거나 배상받기를 단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이 자국 발전에 도움만 줄 수 있다면 양국의 불행했던 과거사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걸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22일 문 대통령이 참석해 첫 삽을 뜬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착공식이다. 하노이에 들어설 V-KIST는 베트남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벤치마킹해 추진하는 연구 기관이다. 얄궂게도 KIST는 미국이 베트남전 파병 대가로 한국에 준 선물이다. 미국 측이 대학을 지어주겠다고 하자 박정희 대통령이 "그보다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소를 지어 달라"고 요구해 설립됐다. 이런 과거사가 있는데도 베트남은 자기 나라에 KIST 같은 연구 기관을 세워 달라고 했다.

KIST가 문을 연 1966년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133달러로 100달러 남짓한 남베트남(북베트남은 60달러)과 비슷했다. 이후 KIST는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할 각종 응용 기술을 쏟아냈다. 50년이 흐른 뒤 베트남의 1인당 GDP는 2300달러에 머물러 있지만 한국은 3만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격차 앞에서 베트남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KIST를 보며 전쟁의 아픔을 떠올렸을까. 속으론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V-KIST 첫 수장(首長)에 베트남 과학자들을 다 제쳐놓고 금동화 전 KIST 원장을 임명했다. 그만큼 절실하게 한국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베트남이 1986년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채택하며 내건 모토가 '과거를 닫고 미래를 열자'였다. 그 기치 아래 과거의 적(敵)들과 손을 잡았다. 지난 5일엔 미 항공모함 USS 칼빈슨이 종전(終戰) 43년 만에 처음으로 베트남에 기항했다. 항모가 입항한 다낭은 베트남전 당시 미국이 군인과 군수품을 들여온 길목이었지만,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다퉈온 베트남은 환영식까지 열며 미군을 맞았다.

'과거를 잊은 민족'이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호찌민(옛 사이공)에 들어선 '전쟁 증적(證跡)박물관'엔 미국•한국과 전쟁하며 겪은 참상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베트남인들은 전시물을 보며 눈물을 쏟는다.

베트남은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박항서 감독을 앞세워 자국 축구 역사상 첫 국제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는 그 대회에서 4위에 머물렀다. 한국인을 발탁해 한국 축구를 뛰어넘었다. 옛날의 적을 친구로 만들고 축하 박수까지 받았다. V-KIST가 경제•산업 분야에서 이를 재연할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베트남은 사과받지 않고도 한국에 이기게 된다.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이보다 "사과 안 해도 된다"는 사람이, 국가가 더 무섭다.

출처 : 조선일보


베트남이
1986년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채택하며 내건 모토가
'과거를 닫고 미래를 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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