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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延鳳模를 추모하며

언제나 환하게 큰 미소를 띠고 유명한 영화배우 못지않은 멋을 보여주던 미남. 하지만 누 구에게나 어린아이처럼 꾸밈없고 소탈하게 다가가던 순수한 예술가이자 진정한 자유인. 일생의 소중한 친구 봉모를 나는 영원히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교실에 앞뒤로 책상이 붙어있어서 어린 날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을 서로 주고받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생 80년을 바라보는 황혼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가까운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을 갖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큰 축복이었고 소중한 특권 이었다.

봉모는 1968년에 어린 아이들을 거느린 젊은 가정을 이끌고 San Francisco에 도착한 이 후 세상을 떠난 2018년 까지, 50년 동안을 아름다운 San Francisco Bay 에서 살았다. 혈 혈단신으로 정착한 미국에서 천부적인 미술적 재능만을 밑천으로 혼자서 세우고 일군 회 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였지만, 그는 돈이나 명예나 권력 같은 세속적인 것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보기 드문 자유인이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돈이나 명예를 좇아 일생을 사는 것 같던 시대에, 봉모는 미적 순수함과 대자연의 웅장함에서 더 큰 인생의 기쁨을 찾 고자 한 듯하다.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은퇴하고 난 후에는 더욱 많은 시간과 예술적 혼을 사진창작에 바치면서, 그렇게도 좋아하던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에서 자신을 찾고자 하였다. 특히 깊고 높은 산 속에서 홀로 마주하는 원초적인 자연과, 끝없이 별이 보이는 밤하늘, 그리고 오직 그 깊은 자연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심오한 정적, 그 속에 묻혀 홀로 있는 시간을 소 중하게 여긴다고 봉모는 내게 자주 얘기하였다. 캘리포니아의 Yosemite 국립공원과 그 주위의 Sierra Nevada 산맥, 그리고 워싱톤주 Seattle 근교의 영산인 Mount Rainier 는 그에게는 거의 신성한 영역처럼 특별한 곳으로, 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 그는 거의 매달 그 곳으로 가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작년 가을, 그에게는 떼어 놓을 수 없는 친구처럼 된 작은 SUV에 텐트와 카메라를 싣고, 위성방송에서 보내는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곳도 Yosemite 국립공원 정상 근처에 있는 Tioga Pass 의 한 호수 옆, 작은 캠핑장이었다. 몇 년 전, 나도 바로 그 곳에서 드넓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손이 닿을 듯 가깝게 느끼며, 봉모의 작은 텐트 에서 우리들의 젊은 날을 얘기하던 귀중한 기억이 있다.

2017년 여름, San Francisco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봉모는 지나가는 말이었 지만 무슨 예언처럼, 자기는 그렇게 좋아하는 Sierra Nevada 산속에서 인생의 마지막 날 을 보내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거의 그렇게 홀연히 떠나갔다.

지금 그는 더 높고 더 깊은 산 어디에서,
더 큰 자유와 더 심오한 고요함을 누리며 자연과 함께 있을것이다.

2018년 5월 30일
신승일





= 承 =

  • ?
    김상각 2018.06.01 23:32

    風景을 사랑하며 자유藝人 으로 살다간 봉모에게 하루 속히
    천국의 문이 열리도록 하느님이 허락 하여주시기를 간곡히
    기도 드리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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