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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31 13:13

비오는날 쓴 편지

조회 수 2050 추천 수 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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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 형

  우리가 처음 만난 때가 중학교 일학년이었지. 반에서 제일 앞쪽에 앉아있던 어리디 어린 형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그게 벌써 거의 육십여년 전 일이구먼. 칠십 나이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는데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고 자손들마저 둥지를 떠났으니 한가한 시간이면 그리워지는 것은 불알친구들.  그래서 펜을 들었소.

  밖에는 비가 슬픈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직원들 모두 외출한 빈방에 홀로 앉아 있소. 어디에선가 서성거리던 나의 영혼을 모처럼 불러들여 책을 읽기로 하였소. 지난번 만났을 때 소주라도 몇 잔 더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도 싶었는데, 건강이 여의치 않은 형을 억지로 붙잡을 용기는 없었소.  나 자신도 무작정 앞으로만 달려가던 삶을 고즈넉이 들여다보아야겠다고 가끔씩 다짐하지만, 멈칫 멈칫 주춤거리다가 또다시 떠밀려 가곤 하오. 어떻게 살아야 보람 있고 옳게 사는 것인지 알 것도 같은데, 그 길에 들어서기가 그렇게도 어렵구료.

  형이나 나나 고향을 떠나와서 부모님들 교육열 덕분에 남들처럼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왔으니 그런대로 자족해도 되지 않겠소.  여기 후배 공학도가 쓴 「신과학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 한권 보내오.  돋보기 끼고 읽으려면 시간 좀 걸릴거요.  나는 재미있게 읽었기에 감히 괜찮은 책이라고 여겨지지만 글쎄…….  형의 구미에 맞으려는지.  형의 심장병(?)이 이 책과 혹시 좋은 인연을 맺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끝을 맺겠소.  
씨 유 어게인.

쇠방울



Music ; Sil Austin--Danny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