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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7 11:38

한줄로 쓰는 시

조회 수 730 추천 수 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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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 모임에서 손자 손녀들 자랑을 하면 팔푼이라면서요? 자랑할려면 만원 내놓고 하라는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됐고, 요사이는 만원을 줄 터이니 지방 방송 끄라고 한다면서요? 그 말이 맞습니다만 여러분들이 들었던 그들 천사들의 시어(詩語)를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때묻지 않고 투명한 그 말들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시요, 노래인 것을.

  손자들을 키우다보면 갓 배운 말로 티없이 쏟아내는 그들의 이야기에 감탄하게 되곤 한다.
  넓은 바위 위를 물이 얇게 퍼져 흘러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소리쳤다.
    "엄마 엄마, 물이 기어가고 있잖아!" 우리 눈에는 그저 그런 흐름이었다. 꾀꼬리의 노랫소리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엄마 엄마, 유리창이 슬픈가봐.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어." 후드득 후드득 빗방울이 거세진다.
    "상감마마 납신다. 쉿." 동물원의 뿔사슴을 보면서.
    "엄마, 저 산 좀 봐. 털이 났어." 전남 조계산의 겨울 능선 풍경,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정말 털이 난 것 같다.
    "웃기만 하고 말도 못해" 강릉 신복사 터에 있는 보살상의 웃는 얼굴을 보고 한마디한다. 만 세살짜리 사내놈의 직관력이다. 그 미소가 얼마나 사실적이면 그런 말을 할까.
    "아빠, 복실 강아지 같다. 해해." 아빠가 젊었을 때 함께 목욕을 하다가 그곳을 보고.
    "저 자동차 신발 한번 크다." 큰 화물 자동차의 타이어를 보면서.

  밝고 투명한 그들 영혼에 때가 묻지 않기를 기도하며 뇌까려본다.
  "마음이 맑은 자는 천국이 저의 것임이요……."

쇠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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