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_ 박두진 일러스트 _ 잠산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 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에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朴斗鎭, 1916~1998 경기 안성)
1939년《문장》등단,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靑鹿派)로 유명.
시집 <청록집>, <해>외 다수. 시론집 <시와 사랑>외.
인촌상, 정지용문학상, 외솔상, 아시아자유문학상, 서울시문화상,
3.1문화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 수상
[감상 Tip]
희망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일 때 해의 얼굴은 맑고도 밝다.
희망은 바람이 불어도 쉽게 날아오지 않지만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창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나타난다.
희망을 가질 때 해가 빛나듯 해를 품을 때 희망도 빛난다.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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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게시판 > 열린게시판
2013.01.01 21:33
Re=박두진 시인의 名詩《해》
조회 수 287 추천 수 1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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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등의 詩語가 노래의 가사로 채용된 게 틀림 없을 것 같습니다.
말갛고 고운 "해" 대신에 새벽부터 함박눈이 쏟아진 오늘 새해 첫날...
햇빛 눈부신 새 아침을 기대했거나 전국 각지의 해돋이 명소를 찾은 사람들이나 실망했을지 모르나
모두들 마음속 제각기 희망과 염원으로 이글거리는 "해" 하나씩 간직하고 힘차게 새날을 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