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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6 21:56

詩人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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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아 ....
너는 생각보다 더 빨리 하수인이 되고 말았다.
물고기처럼 싱싱한 상상력과 지느러미 대신, 갈퀴처럼 날카로운 손이라는 도구를 쓸 줄 알았다. 너에게 속도와 질주를 말한 것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복권에 당첨된 표정 같은 득의만면이 아니라 안개 속에 두려움을 커튼처럼 젖히고 나가 비로소 저 산정에 서서 땀을 씻으라는 것이었다.

서서히 네 자신에 도달하라는 것이었다. 지난밤의 외로움을 바다 끝까지 밀고나가 심연에 살며, 불온한 천재로 자꾸 태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네가 제일 먼저 배운 것은 위험한 방식으로 남을 밀어뜨리는 일이었다. 관습과 지배의 얼굴을 빠른 속도로 익히고, 그 아래 꽃을 바치는 일이었다

시인아, 너는 힘 있는 구두와 빠른 골목을 너무 쉽게 알아버렸다. 조금 더 헤매어도 좋았을 것을…… 배회와 방황을 속으로 비웃으며, 유명한 이름아, 네가 읊조리는 시는 겨우 의미의 시중을 들기 바쁘구나

그래, 매소부(賣笑婦)처럼 예쁘게 부드럽게 손을 흔들어라.
이제 물심양면의 하수인들이 책을 사들고 상패를 싸 들고
네 앞에 장강(長江)을 이룰 시간이 되었다

- 시인 : 문정희 -





書架에 꽂혀있던
그의 詩集들을
와르르 끌어내려
火刑에 처했다.
그동안 읽고 기억했던
그의 詩들이
汚物이 되어 울컥울컥 吐해낸다
................. 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