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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2 11:04

11월의 잊고픈 유산들

조회 수 61221 추천 수 439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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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시 양비같은 11월이 싫어 **

11월은 추억이 없어 싫다.
11월은 특징이 없어 싫다.
11월은 멋이 없어 싫다.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회색이다.
시작도 아니며 끝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다.
"on"과 "off"의 구별이 없는 "no"vember다.
석연치 않고 마뜩찮은 달이다.
정열은 식었고 희망은 먼 달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臨死의 달이다.
지난 세월을 음미하기엔 늦었고
새로움을 잉태하기엔 너무 이르다.

11월이 가을과 겨울의 건널목에서 낙엽처럼 흩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회상한다.
짙은 숲이 裸木으로 변해가는
살벌한 허공을 응시하며 골이 타분한 옛날을...
북쪽 고향은 이맘때쯤이면 찬바람이 일었다.
가을의 국화도 향기를 접고 풀이 죽어 있었다.

첫 얼음이 텅 빈 들녘 벼 그루터기 사이로 엷게 빛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때는 일제시대였다.
등교 하며  살얼음을 밟다보면 물속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재미있다. 그저 희희 낙락이었다.
11월3일은 그들이 경축하는 메이지세쓰(明治節, 지금은"문화의 날")였다.
수업은 없고 무슨 경축식만 하는데
한두개 희고 노란 菊花盆이 단위에 놓여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국화는 저들이 신으로 받들어 모시는 천황가의 家紋이렸다.
일본인 교장이 길고 긴 勅語를 읽어 가는 동안 차렷자세의 다리가 아팠다.

소위 "대동아 전쟁" 때는 反米(지금의 反美)-反英의 구호를 목청껏 외쳐댔다.
사필귀정으로 일본은 전쟁에 패하고 물러갔다.
이젠 反日을 저마다 외쳐댔다.
그리고는 해방된 조국에서
"남조선 괴뢰”의 구호를 강요당했다. 말하자면 反南이다.
그리고 50년 6.25가 터졌다. 숨어 지내던 나에게 기회는 왔다.
고향을 탈출 남으로 빠져 넘어왔다.
그날이 바로 夢寐에도 잊지 못할 11월하고도 6일이다.
중공군 인해전술로 내 고향 定州-郭山이 완전 포위되었다.
또 하나의 쓰라린 11월이 내 가슴에 孕胎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50여년이 흘렀다.

反자 놀음은 계속된다. 反共이다. 反北이다.  反蘇다.
윗녘 아랫녘 온 나라에 반자 타령이 요란했다.
냉전의 박물관은 견고하다.
反자 놀음은 지금도 철지난 레코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反美, 反金, 反盧, 反核, 反부시...
오랜동안의 반자타령에
우리들은 反이 아닌 半푼의 인간이 돼 버린게 아닌지.
내 인생의 prime time 은 反자 구호로 馴致 되고 말았다.
응어리진 우리 세대 우리역사의 소용돌이였다.

나는 지난 11일의 11시에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아침부터 때아니게 내리는 가을 비속을
길고 웅장한 斜張橋위를 달리고 있었다.
해변가 瑞山에도 산이 있어 팔봉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문득 생각이 났다.
와닥딱 한 한생각이 나서 쓴게 이 글이다.
Ace(1)가 몇 마리냐?-이 순간이...
11월11일11시11분이라.
포카 놀음이면 4-Ace로 장땡에 버금간다.
그것도 1자가 따-따블로 말이다.

또 생각이 났다.
역사에 기록되어 남을 이 숫자는 1918년 11월11일11시11분!
제1차 세계대전이 그 4년의 피 비린내 나는 싸움을 그친 순간임을.
파리 교외에서 정전협약을 맺고 총쏘기를 그친 순간이다.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이 당긴 한발의 총성은
가차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로 세계를 내 몰았던 것이다.

자!  오늘 나는 회색의 서해안을 비껴가면서
회색의 11월을 다시 생각한다.
회색은 어쩐지 싫어.
희미한 11월은 싫어.
썰렁하게 텅 빈 11월이 싫어
가을과 겨울 중간에서 어설피 지나가는 바람같은 달
차라리 춥던지, 덥던지 양자택일을 해라.
주일날 빼고 붉은 글자의 쉬는날 하루도 없는 살벌한 달
상하좌우 대각선 어느軸으로도 對稱인 11 이란 숫자
이래도 좋고 저래도OK 이니 자존심도 없는 달.
兩是도 兩非도 NO(YES)라니! 11월이 나는 싫어.
정말로 싫단 말이다.

             11월의 반을 지나면서

            변 사또

music : 석양 - 신 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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