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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초현실주의자

자끄 프레베르 (Jacque Prevert)




Jacques Prevert Paris, 1955 by Robert Doisneau



라마르틴느가 천상을 다 그렸고 빅토르 위고는 지상을 다 그려 나는 지옥을 노래할 수 밖에 없었노라고 보들레르는 강변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먹물들의 게임. 대중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었다. 이 고답(高踏)에 얹혀있던 詩를 선반에서 내려 대중에게 가져다 준 시인이 내가 좋아하는 자끄 프레베르다.


샹송 고엽(Les Feuilles Mortes)의 작가 자끄 프레베르

꼬스마 작곡, 이브 몽땅 노래로 영화 <밤의 문 Les Portes de la Nuit>의 주제가로 나오는 이 고엽은 만인으로부터 사랑 받은 샹송이다. 물론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자끄가 썼다.

같은 당대에 활약하던 에마뉘엘, 라 뚜르 뒤 뺑, 르나르가 정신적 모색을 밀도있게 담아 시를 성스럽고 초월적인 것을 탐색하는 영역으로 끌어 올렸다면 프레베르의 시는 일상을 노래하고 삶의 평범한 모습들을 담아내는 것으로 정착시켰다. 다시 말하면 시에 읽을 수 있는 수월성을 한없이 부여하여 시의 영역을 확대하고 누구나 시를 사랑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20세기 먼동이 트는 1900년에 태어나 일흔 일곱해를 산 자끄 프레베르의 유년시절은 무척 눈물겨웠다. 그의 아버지는 보험회사에 다니며 연극비평이나 쓰는 문학도 였지만 곧 실직의 나락으로 떨어져 빈민구제소에서 일을 했다. 어린 자끄는 아버지를 따라 빈민구제소를 자주 찾아가 삶이 얼마나 팍팍하다는걸 몸소 체험한다. 그는 1차대전이 발발하자 열네살에 학업을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가난해 백화점 점원 등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이 직업 저 험한 일 안해본 게 없는 그의 청소년기가 그의 문학작품들이 사회제도에 대한 비판과 민중을 억압하는 권력에 대한 풍자로 가득차게 했다.

스무살에 군에 입대해 나중에 초현실주의 화가가 된 이브 땅기(Yves Tangy)와 깊게 사귀고 1925년 제대를 했다. 5년뒤 서른살부터 詩作을 시작한 그는 구어체의 시어를 많이 써 누구나 읽기 편한 시를 썼다.

모든 것이 축제인 천진난만한 유년시절의 삶을 현실세계에서 되찿으려는 그의 시는 감미롭고 경이로움이 자연스럽게 넘쳐흐르는 친근한 속삭임으로 가득 찼다. 때로는 詩 속에 말장난도 썪어넣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소외계층을 등장시켜 그들의 가슴에 사랑과 행복을 불어넣을려고 노력도 했다.
그래서 그의 시를 ‘거리의 초현실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브르똥 등이 시도한 초현실주의 詩作 기법은 철저히 외면 했다. 다시말해 현대시의 난해함과 그 당시의 모든 문학적 논의의 틀에서 벗어 나려고 몸부림쳤던 시인이다. 20세기 파리를 풍미했던 초현실주의나 주지주의 계열, 그 어느쪽의 연장선상에도 속하지 않는 시를 썼다.

시를 쓴 곳도 주로 노천 카페였다. 차가 지나가고 옆의 탁자에서는 연인들이 피같이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향에 취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그런 풍경 말이다. 그러나 그가 詩語들을 가져온 곳은 시끌벅적한 시장 이었거나 아니면 막일꾼들의 호주머니속에나 들어 있을법한 잡동사니에서다. 여늬 다른 시인들 처럼 새로운 문명이나 언어의 생경한 결합을 위해 낑낑댄게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의 이마에 그려진 세월에서, 뒷골목 으슥한 곳에서 부등켜 앉고있는 연인들의 체온에서 잡아온 시어들이었다.

<파리의 밤>이란 시 한편에서 우선 우리는 자끄 프레베르의 따뜻한 체온을 재보자.

    Trois allumettes une à une allumées dans la nuit
    La premiére pour voir ton visage tout entier
    La seconde pour voir tes yeux
    La dernière pour voir ta bouche
    Et l'obscuritè tout entière pour me rappeler tout cela
    En te serrant dans mes bras.

    한밤에 하나하나 켜지는 세 개의 성냥개비들
    첫 번째는 그대의 온 모습을 보기 위하여
    두 번째는 그대의 눈을 보기 위하여
    마지막은 그대의 입술을 보기 위하여
    그리고 이 캄캄한 어둠은 품 안에 그대를 보듬었을 때
    그 모든 것들을 다시 기억하기 위한 것.


얼마나 詩語가 쉽고 따뜻한가 !
나이 마흔 다섯 될 때까지 변변한 시집 하나 내지 못하고 여기 저기 잡지에 시를 발표했기에 대중이 그의 시에 접근 하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일관된 詩作의 정신은 모순된 사회제도에 대한 비판과 권력에 대한 풍자가 가득했다.

1945년 12월에야 그의 첫 시집 <말 Paroles>이 출간 된다.
그때는 엘뤼아르, 아라공 등의 저항시가 프랑스 전지역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였고 세게르스의 <오늘의 시인>총서도 간행되어 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던 터라 프레베르의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게 되고 금방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다.
일상 대화체로 쓰여진, 핍박받고 서러움 속에 생을 영위하는 서민들을 위한 노래는 민초들의 마음속에 꿈과 사랑으로 녹아들었던 것이다.

제목부터 밑바닥인 <열등생 Le Cancre>를 한번 읽어보자.

    Il dit non avec la tête
    mais il dit oui avec le coeur
    il dit oui à ce qu'il aime
    il dit non au professeur
    il est debout
    on le questionne
    et tous les problèmes sont posés
    soudain le fou rire le prend
    et il efface tout
    les chiffres et les mots
    les dates et les noms
    les phrases et les pièges
    et malgré les menaces du maître
    sous les huées des enfants prodiges
    avec des craies de toutes les couleurs
    sur le tableau noir du malheur
    il dessine le visage du bonheur

    <열등생>

    그는 머리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가슴으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것에는 그렇다고 말하고
    선생님에게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일어서서
    질문을 받는다.
    온갖 질문들을 받는다.
    문득 그는 폭소를 터뜨리며
    모든 것을 지워 버린다.
    숫자도 단어도
    날짜도 이름도 문장도 함정도
    선생님의 위협도 아랑곳 않고
    우등생들의 야유를 받으며
    온갖 색깔의 분필로
    불행의 흑판에
    그는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이미 저항시들을 통해 읽기쉬운 시들을 맛 본 대중들에 의해 그의 첫시집 <말 Paroles>은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한다. 조제프 꼬스마는 <말>의 여러 시들을 샹송으로 작곡했고 이브 몽땅, 줄리엣뜨 그레꼬 등이 노래를 불렀다. 구어체의 프레베르의 시가 샹송으로 부르기에는 더없이 좋았고 프랑스 사람들은 그의 시와 샹송을 애송했다.

<말>에 수록된 유명한 그의 詩 <바르바라>를 첫련만 읽어보자.

    Rappelle-toi Barbara
    Il pleuvait sans cesse sur Brest ce jour-la Et tu marchais souriante
    Epanouie ravie ruisselante
    Sous la pluie
    Rappelle-toi Barbara
    Il pleuvait sans cesse sur Brest
    Et je t'ai croisee rue de Siam
    Tu souriais
    Et moi je souriais de meme
    Rappelle-toi Barbara
    Toi que je ne connaissais pas
    Toi qui ne me connaissais pas
    Rappelle-toi
    Rappelle-toi quand meme ce jour-la
    N'oublie pas
    Un homme sous un porche s'abritait
    Et il a crie ton nom
    Barbara
    Et tu as couru vers lui sous la pluie
    Ruisselante ravie epanouie
    Et tu t'es jetee dans ses bras
    Rappelle-toi cela Barbara

    기억하는가 바르바라
    그날 브레스트(Brest)에는 끝임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지
    너는 웃음 지으며
    활짝피어 기쁨에 넘쳐 빗속을 걷고 있었지
    기억하는가 바르바라
    브레스트에는 끝없이 비가 내리고
    나는 너를 시암(Siam)街에서 마주쳤지
    너는 웃고 있었지
    나도 같이 웃었지
    기억 하는가 바르바라
    내가 알지 못했던 너는
    나를 알지 못했지만
    기억하는가
    그날을 그러나 기억하는가
    잊지마라
    어느집 처마 밑에서 한남자가 비를 피하고 있었지
    그가 너의 이름을 불렀다
    바르바라
    그러자 너는 빗속에서 그에게 달려갔지
    비에젖어 기쁨에 넘쳐 활짝피어
    너는 그의 품에 안겼지
    기억 하는가 바르바라


이시의 무대 브레스트는 브르타뉴지방 서쪽 끝에 있는 대서양 연안의 항구도시, 2차대전 발발직후 독일해군 기지가 되어 연합군의 폭격이 그치지 않던 곳이다. 시암街는 브레스트 시내의 중심가. 이 詩가 전후에 발표 되었지만 전쟁의 비참한 폐해를 브레스트의 거리에서 한번 우연히 마주친 바르바라란 젊은 여인을 통해 담아낸 것으로 꼬스마가 곡을 붙이고 이브 몽땅이 불러 공전의 히트를 한 유명한 작품이다.
프레베르의 시가 아무리 길고 번잡하고 풍자가 곁들여 있다고 하더라도 추구하는것은 삶의 소박한 진실과 따뜻한 사랑이다.

<말>에 수록된 <나는 원래 이런걸>이란 시 앞부분만 더 읽어 보자.

    Je suis comme je suis
    Je suis faite comme ça
    Quand j’ai envie de rire
    Oui je ris aux éclats
    J’aime celui qui m'aime
    Est-ce ma faute à moi
    Si ce n’est pas le même
    Que j’aime chaque fois
    Je suis comme je suis
    Je suis faite comme ça Que voulez-vous de plus
    Que voulez-vous de moi

    나는 원래 이런걸
    난 원래 이렇게 생겼어
    난 내가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지
    난 나를 사랑하는 그이를 사랑해
    사랑할 때 마다 내가
    사랑하는 그이가
    같은 사람이 아닌게 내 잘못인가
    난 원래 이래
    난 원래 이렇게 생겼어
    그 이상 어떻게 하라고
    날 보고 어쩌라고


그는 1946년에<이야기 Histoires>, 1951년에 <구경거리 Spectacle>, 1953년에 <비와 개인 날 La Pluie et le beau temps> 등을 펴냈지만 어느것도 <말>만큼 수백만부 팔린것은 없었다. 그는 동생 삐에르와 함께 영화 <자루속의 사건 L'Affaire dans le sac>을 제작했고 유명한 감독 마르셀 까르네의 <안개 낀 부두 Quai de brumes> 등 여러편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우리의 뇌리에 진정한 의미의 ‘거리의 초현실주의자’로 남아있다.


                                                     Aug 8, 2010

                                                             안양서 씨야



고엽 (Les Feuilles Mortes) - Yves Mon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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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성 2010.08.09 23:16
    Jacques Prévert의 詩만큼이나 "거리의" 초현실주의를 표현해주는 것이 그의 시나리오인 영화 "Les Enfants du Paradis" (1945, "천국의 아이들")이라고 할수 있지요. 1970년대 빠리의 까페에서 그의 시를 샹송으로 많이 불러서 저도 여러번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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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규화 2010.08.13 20:00
    김창현 형, 아주 좋은 글과 시들을 읽고 프랑스 문학과 예술을 많이 배웠습니다. 항상 우리들을 계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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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dison_Ne 2012.07.02 20:36
    It makes sense about not continuing with "business as us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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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lie_Utah 2012.07.04 09:43
    I always wondered if the Manchurian Candi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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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omi_Virg 2012.07.09 02:45
    It makes sense about not continuing with "business as us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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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jpvmwsd 2012.12.3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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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dilvfev 2012.12.3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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