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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7 02:53

율객(律喀) -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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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객(律客)

      보리 이삭 밀이삭
      물결차는 이랑 사이
      공오한 외줄기 들길 위로
      한낮 겨운 하늘 아래 구름에 싸여
      외로운 나그네가 흘러가는니

      牛皮 쌈지며 도모 안경집이랑
      허리끈에 느즉히 매어두고

      간밤 비바람에
      그믈 모시 두루막도 풀이 죽어서
      때묻은 버선이랑 곰방대 함께
      가벼이 어깨에 들러메고

      서낭당 구슬픈 돌더미 아래
      여흘 물 흐느끼는 바위 가까이
      지친다리 쉬일 젠 두 눈을 감고
      귀히 지닌 해금의 줄을 켜느나

      노닥노닥 기워진
      흰 저고리 다홍 치마
      맨발벗고 딸아오던 막내딸년도
      오리목 늘어선 산골에다 묻고 왔노라

      소나무 잣나무 우거진 높은고개
      아스라이 휘도는 길 해가 저물어
      사늘한 바람결에 흰 수염을 날리며
      새로운 나그네가 홀로 가느니

      - 조지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