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란장날이라 이것저것 필요한걸 사다보니 손에 든 짐이 재법 무거웠다. 지하철의 모든 자리는 이미 만원이라 앉을 자리가 없다. 그때 난간 옆에 앉았던 어떤 젊은이가 벌떡 일어나며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자 남편이 나에게 그 자리에 앉으라고 자리를 양보하는 찰라 그 옆에 앉았던 좀 늙은 중년 남자가 팔을 걸칠수 있는 편한 그 자리로 옮겨 앉으니 그 앞에 서 있던 다른 노인부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 자리로 잽싸게 앉아 버린다. 그리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앉고 천연덕스럽다. 사실 우리는 다음 역에 바로 내리게 되니 크게 아쉬울 건 없었지만 우리는 순간 어안이 벙벙하다. 언젠가 북유럽 여행을 갔을 때 산테부르그 옛소련 수도를 가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소련 국내선을 타게 된적이 있다. 소련의 보통 국민인 듯한 한 무리 허름한 차림의 여자들이 우루루 비행기 안으로 들어 왔다. 그런데 만원 버스 비슷해져 버린 비행기 안에서 서로 쳐다보며 큰소리로 말 다틈이 벌어졌다. 아마도 눈치로 짐작컨대 자리 다툼인것 같았다. 못사는 이들의 표정은 세계 어디를 가 보나 똑 같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당시 소련은 나라가 무질서 하고 경제 사정이 아주 나빴다. 문득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 경우 그들은 가난해 보이지도 않고 교양도 있어 보인다. 국민건강 증진의 결과 지하철을 타면 유난히 노령 인구가 많다는걸 느끼게 된다. 요즈음 젊은이 들의 버릇 없음을 나무라기 전 우리 나이 많은 세대가 솔선 수범을 보여야 될터인데.... 우리는 그 젊은이에게 우리 나이 많은이들의 이기적인 추태를 보인것 같아 공연히 얼굴이 뜨뜻해 지는걸 느껴야만 했다. 04년 11월 어느날 이용분(7)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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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5 22:03
나이 많은 이들의 이기적인 추태를 보인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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