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살아있음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밤. 꽃동네에 40대 후반의 한 사내가 찾아왔다. 흠뻑 젖은 몸, 사내의 얼굴에는 짙은 절망감이 배어 있엇다. 사내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다 친구의 배신으로 부도를 냈다. 빚 독촉에 도피 중인 사내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절망의 수렁에 빠진 사내가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 전에 사내는 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의지할 곳 없는 이들과 함께 20년을 살아 온 오웅진 신부를 만나 죽기 전 작은 위안이라도 얻기를 희망했다.
오 신부는 찾아온 그 사내를 심신장애인 요양원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병상에 누워있는 한 여인을 만나게 해 주었다. 전신불수로 17년째 누워있을 수 밖에 없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해 밥도 남이 떠먹여 주어야만하는, 대소변도 가릴 수 없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에 의해서만 부끄러움을 감출수 있는, 아무것도 볼 수 조차 없는 그런 여인이었다. "엘리사벳 자매님, 삶의 상처를 입은 형제입니다. 이 형제에게 엘리사벳이 느끼는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주세요."
오신부의 소개에 여인은 단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깨끗하고 가지런한 치아였다. 그리고 사내에게 자신이 직접 지은 시를 한편 낭송해 주었다.
천상의 음성이었습니다. 사내는 자신이 지금 얼마나 사치스런 절망속에 빠져있나를 깨달았읍니다. 그 사내는 다음날 의욕에 찬 얼굴로 꽃동네를 떠나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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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지은이 배영희(엘리사벳)은 19살에 뇌막염을 앓고 앞 못보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어 1987년 8월부터 꽃동네 가족이 되었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소라의 꿈" "당신 사랑이 머무르는 곳" 등 곱고도 꿋꿋한 영혼의 시를 쓰면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음성 꽃동네 심신 장애인 요양원에서 살다가 1999년 12월 10일, 설흔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생각할 수만 있다는것. 너무도 불행하지만, 다시 보면 세가지나 할 수 있는것이 있네요.
동문 여러분, 우리는 너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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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불수로 17년을 누워 있으면서도 똥오줌도 혼자 못가리면서도 앞도 보지 못하면서도
죄악을 피하도록 묶어주셨다는 은혜와 감사와 사랑을 말한다니...
머리가 띵~ 해 질 정도로 숙연해질 뿐입니다.
사람의 행복은 마음갖기에 따른다는, 말은 쉬워도 도저히 좇아갈 수 없는 그 경지를 봅니다.
신앙이란게 이렇게 위대하고 절대적이고, 어쩌면 맹목적(?)이기도 한 것인가 ??!!
무신론자의 입으로 다시한번 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