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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미술관에서 열리는 <언니들이 돌아왔다>전에 부랴부랴 다녀왔다. 화가 윤석남 선생의 작품이 전시 중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전에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더 솔직하자면 그림에 대한 무식이 탄로 날까 봐 남몰래 감상하러 간 것이다. 그런데… 전율이 일었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윤석남, 그와 만남도 그랬다.



      화가 윤석남 (尹錫男)

      "꿈꾸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 주저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여자라 불행했던 ‘언니’들의 이야기

      <언니들이 돌아왔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온통 형광 핑크색으로 물든 현란한 공간이 나를 흥분시켰다. 분홍 비단으로 만든 소파에 박힌 쇠갈고리, 그 위에 앉아 있는 여인, 소파를 받치는 다리 역시 날카로운 쇠창이다. 윤석남의 연작 ‘핑크 룸’이다.
      안락한 고통이라니… 그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그뿐이 아니다. 여성의 소변을 플라스크에 담아 트리로 만드는가 하면, 서서 오줌 누는 여인의 누드 사진, 포르말린에 갇힌 꽃, 혹은 생선 등으로 연상되는 여성성, 미친년 프로젝트 등 여성 작가 26인이 참여한 이 전시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이미지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불편했다. 그러나 시원하고 통쾌했다. 금기된 여성의 욕망과 환상을 멋지게 표출한 이들에게 세대와 연령을 초월한 ‘언니’라는 유대감 속에 빠져들고픈 충동을 느꼈다. 이제 ‘윤석남 언니’를 만나러 간다.


      개 1천여 마리를 위한 진혼가

      일요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우리가 상상하던 아틀리에가 아니다. 주변의 공장 컨테이너와 크게 다를 것 없는 330㎡ 남짓한 공간엔 수많은 목재와 공구들이 가득했다. 방문객을 위해 막장갑을 끼고 난로에 불을 지피는 여인, 그 곁에 수많은 개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진돗개, 삽살개, 달마티안, 셰퍼드, 푸들에 이르기까지 나무로 만들어진 조각이지만 그에겐 자식과 다름없는 존재들.
      지난 가을, 많은 매체의 조명을 받은 윤석남의 개인전 <1,025-사람과 사람 없이>에 출품된 주인공들이다. 한때는 사람과 산, 그러다 사람에게 버림받아 또 다른 사람에게로 간 개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버린 개들을 거두어 기르는 이애신 할머니의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찾아갔어요. 필요할 때 데려왔다가 싫증이 나면 물건처럼 생명체를 버리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지요. 그때 만난 개가 1천25마리… 버림받은 개들의 슬픔과 외로움에 대한 연민으로 하나하나 만들어나갔지요. 꼬박 5년이 걸렸어요.”
      나무를 자르고 개 모양으로 드로잉을 하고, 표면을 갈고 밑칠을 하고, 열두 번의 공정을 거치는 과정 동안 그는 버려지거나 비참하게 죽어간 생명들을 애도했다. 유기견 1천25마리는 현실의 버려진 개에 머물지 않고 ‘말 못 하는 약자’를 대변하는 윤석남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것은 그가 올곧게 추구해온 여성성의 확장이자 또 다른 모성의 확인이기도 하다.
      “나는 제 자식만 아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그건 모성이 아니라 이기심일 뿐이죠. 자식을 사랑하다 보니 주변까지 아우르는 것, 자기의 사랑을 사회로 확장하는 것, 가령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거나 하는 것이 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개 한 마리 한 마리와 대화를 나누며 5년 동안 1천 마리가 넘는 개들을 만드는 동안 그 자신도 큰 변화를 겪었다. 생명 있는 것에 대한 경외감이 커가면서 육식을 피하고, 결국 채식주의자가 됐다.


      마흔에 독학으로 이룬 미술가의 꿈

      믿기지 않지만 올해 그의 나이 일흔이다. 그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마흔에 독학으로 화가의 길에 입문해 30여 년간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미술가로서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영화감독이던 아버지가 예술에 대한 열정만 물려준 채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는 온갖 노동과 행상으로 여섯 남매를 훌륭히 키워냈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여성의 삶, 모성과 강인함의 주제의식은 바로 어머니에게서 비롯된다.
      “어머니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려움 속에서도 가난과 절망을 내색하신 적이 없어요. 어머니처럼 사랑 많고, 강인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의 딸인 것이 행운이지요. 고등학교도 졸업 못 할 형편이었는데 학교에 찾아가 담판을 지으셨어요. 졸업만 시켜주면 학비는 꼭 갚겠다고…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킨 분이죠.”
      그 역시 결혼 뒤 아이를 기르고, 시어머니를 모시며 무엇이든 가게에 보탬이 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먹고사는 것이 어느 정도 해결될 무렵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해 서예를 배우다 자기표현에 대한 강한 욕구를 발견하고 어릴 적 꿈이던 화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는다. 그러나 미술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정규 대학에서 체계적 교육도 받지 못했기에 미술가로 인정받기까지 꼬박 10년이 넘는 좌절과 회의,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 시련이 오히려 나를 더 키웠지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미술사를 세 번 통독하니까 흐름이 읽히더군요. 거기서 화가의 시대적 사명과 역할에 눈을 떴어요. 그밖에 사회, 철학, 역사, 문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독한 독서를 했지요. 예술은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꼭 대학에서 전공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대학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오늘의 윤석남을 만든 힘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첫 개인전에서 어머니와 시장에서 장사하는 여성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호평을 받은 다음 어머니의 생애는 작품의 주요한 소재로 맥을 이었다. 이때부터 여성 문제를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서 공부하며 뜻을 같이한 멤버들과 여성 의식과 정신세계를 발전시켰다. ‘여성주의’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1985년 본격적인 페미니즘 아티스트로 출발한 것이다.
      그가 몰두해온 여성의 억압적 현실과 자아 발견, 모성 등을 화두로 하는 여성주의 미술은 예술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궁금했다.
      “나는 삶과 결부되지 않거나 소통할 수 없는 예술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나의 예술은 고상함이나 순수한 미적 탐구와는 거리가 멀죠. 그래서 모든 작품에는 자전적이든 아니든, 주제가 되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 주제가 모성, 자아 정체성, 여성사, 돌봄의 윤리라는 단계로 진행되어온 것입니다.”
      민중미술이나 여성주의라는 인식표가 작품 이미지를 제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여성주의를 부인하는 풍토에서 ‘미술이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그의 진정어린 확신은 아름다웠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찾던 여성의 정체성을 근대와 역사속의 이름 모를 여성들과 허난설헌, 이매창, 나혜석처럼 가부장 문화에서 뜻을 발휘하지 못하고 비운의 삶을 살다 간 여성 예술인들로 형상화하며 확장해가고 있다.


      꿈 꿀 것, 주저하지 말 것

      여성의 소외된 삶에 천착해온 윤석남의 삶과 작업은 닮은꼴이다.
      “가정과 예술을 양립하는 건 힘든 일이에요. 예술을 하는 데도 필연적인 고통이 따르는데,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늘 있지요. 그것이 나의 시련이었지만 시련 또한 일상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편안히 쉬기 어려운 여성의 일상, 부엌에도 방에도 있지 못하는 불안한 여성들의 자리를 ‘핑크 룸 -가시 돋친 소파’를 통해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한번은 그의 전시회를 보러 온 주부가 작품을 붙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도 화가의 꿈이 있지만 여건상 불가능한 서러움 때문이었다. 그는 주부의 손을 잡으며 “당장 오늘부터 집에서 컵 하나 놓고 그리기 시작하라”고 용기를 주었단다.
      “저도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집 안에 나의 온전한 공간이 있는지, 나의 삶 자체가 존재하는 것인지 회의하곤 했어요. 주부로서 만족한다면 자랑스럽게 그 역할을 하면 됩니다. 그러나 자기 존재감이 희미하다면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찾고 그 일에 도전해보세요. 주저하고 미루기엔 인생이 너무 짧거든요.”
      다시 태어나 성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은 어리석었다. 여성의 억압과 고통을 표현해왔기에 당연히 ‘남성’을 택할 줄 짐작한 나의 얄팍한 선입관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성은 상관없어요. 여성이어서 불편하고 부당한 일을 겪지만, 그 때문에 삶의 목적이 더 생기죠. 성이나 나이에 좌우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기쁨을 쟁취하는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하니까요.”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이후 페미니즘 미술의 대표 주자인 윤석남은 나혜석을 정신적 어머니로 삼고 있다. <언니들이 돌아왔다>전에서 윤석남-나혜석 2인 초상이 늙은 딸과 젊은 엄마로 그려진 ‘윤석남 모녀’가 거울을 통해 무한 복제되는 작품을 보며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여성이라는 슬프고도 위대한 이름의 연대감, 내 여성성 속에도 ‘우리 언니’들의 건강한 DNA가 흐르고 내 딸들에게 이어갈 것이라는 확인은 윤석남이 우리에게 준 아름다운 유산이기에.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해 저물어가는 해의 마지막에 만난 그에게서 ‘뜨거운 꿈’을 보았다.

      화가 윤석남은 ●●●
      1939년 만주에서 출생했다. 한국 여성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페미니즘 계간지 <이프>의 첫 발행인이기도 한 윤석남은 여성주의 미술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로 주목받았다. <반에서 하나로> <우리 봇물을 트자>와 같은 초기 여성주의 작가들의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이후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과 일민미술관, 학고재, 조선일보갤러리, 일본 카마쿠라 갤러리 등 개인전을 통해 여성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담아내는 작품을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88올림픽공원, 퀸즈랜드 아트갤러리, 후쿠오카 미술관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제8회 이중섭미술상(1997)을 수상했다.

      [미즈내일 2009년 1월 5일자 406호에서 / 박미경 리포터 rose45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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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i,ik 2009.01.20 06:58
        I figure she is a very powerful positive thinker after I read her life time experience.
        (Yes, YOU CAN! This motivation led Obama to the next president of USA. His opening
        message as the President of US could be "Responsivity and Accountability/Duty").
        I did not know Yoon SN was born in Manchuria. I was born in Domoon/Manchuria, 1938.
        Several years ago, I visited Domoon area. Unfortunately, I could not find the church where
        I was baptized, nor my mother's grave yard. But I visited the elementary school that
        I used to attend, as a first grader in 1946.
        Park, U-Sun was born in YongJung/Manchuria, as I understood.
      • ?
        green coff 2013.09.19 05:49
        coffee beans can be kept fresh for
      • ?
        green coff 2013.09.19 06:43
        you, complex, shifting, perhaps challenging at times, whereas with Peet
      • ?
        buy green 2013.09.19 09:18
        The specialty coffee movement has always attracted idealists of various kinds, from those obsessed with sensory perfection
      • ?
        concerta h 2013.09.19 13:25
        cause shingles
      • ?
        methylphen 2013.10.25 07:40
        when the concentration is varied. Cmax occurs approxima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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