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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얄미운 여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어보면, 십대 : 공부도 잘 하고 얼굴도 예쁜 여, 이십대 : 얼굴의 이곳 저곳 뜯어 고쳐도(성형수술) 감쪽같이 표가 나지 않는 여, 삼십대 : 훌륭한 남편한테 시집 잘 가서 동창회에 나와 으스대는 여, 사십대 : 여행이다 골프다 하고 실컷 놀러 다녀도 아이들은 일류대학에 쑥쑥 들어가는 여, 오십대 : 먹고싶은 것 마음껏 먹어도 살이 붙지 않는 여, 육십대 : 아직도 남편이 생활비 벌어다 바치는 여, 칠십 대 : 유산 많이 남겨놓고 세상 떠나준 남편 덕에 홀가분하게 사는 여.
  더러는 맞는 이야기이고 더러는 역설적인 데가 있다. 일본사람이나 중국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공감할까? 우리 조상들에도 얄미운 여자가 많았을 것이다. 궁중의 비·빈 간 사랑다툼. 私家의 처첩간 질투는 얄미운 정도를 넘어 증오가 극에 달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얄미운 여자로 양귀비가 연상되는 것이다.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양귀비 초상화(?)를 보고 '제 눈에 안경'이라는 우리 속담을 떠올렸다. 얼굴에는 살이 통통, 눈은 가느스름하고 키는 작달막한데 唐 현종은 무엇에 반했을꼬? 게다가 몸에서는 암내가 나 매일같이 목욕을 했다는데, 이 여자가 수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킨 것 한가지가 있다.  枝(여지)라는 과일이다. 요사이는 씨 빼고 껍질 벗겨 통조림으로 만들어 중국집 후식으로 가끔 등장하는 릿지라는 것인데 중국 남쪽 상록수에 달린다. 작은 계란만하고 과육은 그다지 달지도 않고 물이 많은 그런 것이다. 양귀비가 이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생산지에서 長安(지금 西安)까지 驛馬를 달려 갖다 먹었다고 한다. 蘇軾은 詩  枝歎에서 이렇게 읊었다.

  "……바라건대 하느님은 백성을 가엾게 여기시어 특수한 물건을 내시어  백성들을 괴롭히지 마시기를……."

  그게 어디 하느님 탓인가. 양귀비의 얄미운 미모 탓이지.

2003년 3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