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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현 동문의 7순잔치 인삿말을 소개합니다.


비가 밤새도록 쏟아져 참 난감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일을 축하해 주시러 오시는 길이 참 힘드셔서 죄송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분이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버나드 쇼는 <우물 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유명한 묘비명을 남겼습니다.
저도 버나드 쇼 처럼 우물 쭈물 하다가 보니 오늘이 칠십입니다.
저의 아이들이 미국서 나고 자라 부모 칠십 생일이 뭔지 모르다가 이종한테 들었는지 우연히 어디서 들었는지 2년 전부터 오늘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겨울 미국을 석달 가 있어보니 불황이 여간 심각한게 아니었습니다. 자동차 딜러는 문들을 닫고 맥도날 가게는 일요일인데도 두서너 테이블이 고작이었습니다. 칠십이라고 밥 한 그릇이라도 하기엔 눈치가 보인다는 판단이 서서 그만두라 했습니다.
그럼 대신 크루즈라도 가라고 했지만 아픈 무릎 아픈 허리로는 무리라 많은 전화가 오고 간 끝에, 정작 이 자리서 여러분을 맞이해야 할 제 자식들은 빠진 채 제 내자와 저만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애들 인사는 잠시 후 화면으로 대신 해야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寧須玉碎 不宜瓦全(영수옥쇄 불의와전), 즉 차라리 부서지는 옥돌이 될지언정 구차하게 기왓장으로 완전하기를 바라지 말라”는 칼날같은 말을 가슴에 품고 사신 퇴계학파의 대표학자 慵庵 金獻洛 선생의 고손자로, 또 이조중엽 대문장 松月齋 李時善 선생의 외손으로 이땅에 왔습니다.

그 후 눈 깜작할 사이 흐른 칠십년을 되돌아 보면, 36년 전 삶의 터전을 뿌리째 뒤바꾼 이민도 가보았고 2년 전엔 암도 앓아본 순탄치만은 않은 칠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 이 자리에 이렇게 와 주신 형제 친척 동문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세월이었기에 저는 오늘 여기까지 와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칠십년을 살면서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또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신 제 손위 어른 여러분에게 몇 말씀 제 감사의 뜻을 표하는게 도리 같습니다.

벌써 아흔셋으로 백을 바라보시는 하회 主一齋 冑孫 제 장인 어른께서 이 자리 좌장으로 와 계십니다. 지금도 흩으러짐 없는 단정한 모습, 저의 후손들에게 많은 귀감을 보여주십니다.
병고의 몸이신데도 이 자리에 와 주신 제 종숙모님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저의 친어머님 만큼 저희 남매들을 보살펴 주신 분입니다. 위의 두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남은 여생은 즐거움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어언 90을 바라보시며 저의 고향 검재의 門長이신 又泉 형님께서 여기 오셨습니다.
저와 直鉉이는 고등학교 대학을 이 형님 댁에서 다녔습니다. 저의 성격형성에도 엄청 많은 영향을 주셨고 저는 너그러움이 무엇인지 삶의 叡智가 무엇인지 又泉 형님에게서 배웠습니다.
저의 큰 종가 앞마당에 세워진 안동독립기념관도 형님의 노력으로 우뚝 세웠고 사빈서원 중건도 형님이 주도하신 일입니다. 조상을 기리는 일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신 그 족적은 큽니다. 이제 남은 일은 저희 세대가 검재에 형님 동상 하나 세워드리는 일입니다.

다음 제가 말씀 드려야 할 분이 李宗勳 전 한전사장, 제 고종형님 이십니다. 외신들이 한국원전의 아버지라고 칭하는 분입니다. 5년간 한전사장 자리 지키시며 십전 한잎 뒷말없이 끝낸 꼿꼿한 영남 유가의 후예이십니다. 지금은 漢詩를 지으시면서 노후를 보내시는데 옆에 앉은 부고11회 전 경향신문 李光勳 주필의 백씨입니다.

끝으로 제일 젊은 어른인 제 큰처남 전 신세계백화점 柳漢燮 회장에게 저의 가족 여섯은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옛말에 泰山그늘이 江東 칠십리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천성이 정이 많기에 저를 포함 많은 친족과 주변들이 그의 그늘에서 삶의 따가운 햇볕을 피했습니다. 지금은 하회 主一齋 次冑孫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저는 시간관계상 이 자리서 제 손위 분들만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이 인사말을 다시 다듬어
<영웅들과 함께 걷다>라는 제목으로 제 블로그에 올릴 예정입니다.
<영웅들과 함께 걷다>는 필리핀 외상 로물로의 자서전 제목입니다. 그는 맥아더와 함께 2차대전을 치루고 국제연합의장을 지낸 필리핀 대학총장이자 이름난 언론인입니다.
로물로와 제가 영웅이란 제목을 다는 이유는 같습니다. 여기 제 생일을 축하해주러 오신 여러분들은 저의 칠십인생 반면 교사였고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제 칠십의 삶도 역동적이었고 행복했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 10대 후반, 옆에서 수학을 귀신처럼 풀어나간 저기 오신 제 동문 이경택 형도 분명 제눈에는 영웅이었고, 또 일흔의 세월을 잊고 컴퓨터를 떡 주무르듯 하며 제가 나가는 구인회를 이끌어 나가는 이태식 형도 우리시대의 영웅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제 특유의 영웅론은 제 블로그에서 저의 손아래 분에 대해서도 고루 쓸 예정이니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저의 아들 며느리 딸이 정성으로 여러분 앞에 소찬이나마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저와 함께 남은 삶을 다시 이야기 해 나갑시다. 다시 한번 퍼붓는 장대비를 무릅쓰고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July 12, 2009

씨야 김 창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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