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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jh

 

바다

 마르셀 프루스트 

 

언제나 바다는 삶의 대한 염증과 신비의 매력에 이끌려, 현실이란 어차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라는 예감과도 같은, 최초의 슬픔을 넘어선 자들을 황홀하게 한다. 어떤 피로를 느끼기 전부터 휴식을 필요로 하는 자들을 바다는 위로하고, 또 앙양시켜 주는 것이다.

바다는 대지처럼 인간사의 흔적을, 인간 노동의 흔적을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어떤 것도 머물지 않고 다만 달아나듯 스쳐갈 뿐이다. 배들이 지나간 항적은 얼마나 재빨리 사라져 버리는가! 바로 거기에 육지의 사물을 갖지 않는 바다의 위대한 순결이 있다. 또한 그 순결한 물은 곡쾡이질에 상처입은 수밖에 없는 굳은 대지에 비해 훨씬 섬세하다. 물 위를 걷는 아이의 발걸음은 맑은 물소리와 함께 깊은 흔적을 파고 그로써 한순간 물의 결합된 여러 색조가 깨어지지만 이내 그 흔적은 사라지고 다시 바다는 천지 창조의 적막으로 되돌아간다.

지상의 길에 지쳐 버렸거나, 걷지 않고도 그 지친 대지의 비속함을 통찰해 버린 자도 대지보다 훨씬 위험하고 감미롭고 불안하고 적적한 바닷길에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바다에서는 모든 것이 보다 신비롭다. 인가도 나무 그늘도 없는 바다의 소박한 들판 위에 고요히 떠 있는 하늘이라는 거대한 촌락의 그림자, 정처없는 나뭇가지 구름이 펼치는 그늘까지도 신비롭다.

바다는 밤을 침묵시키지 않는 사물들의 매력을 갖는다. 그것들은 우리의 불안한 삶의 숙면을 허용해 주고, 불이 타오를 때 고독을 덜 느끼는 어린아이들의 야등(夜燈)처럼, 모든 것이 없어져 버리지는 않음을 약속해 준다. 바다는 육지처럼 하늘과 분리되지 않고 언제나 하늘빛과 조화를 이루며 아주 미묘한 뉘앙스에도 감응한다.

바다는 언제나 태양 아래서 빛나다가 저녁이면 태양과 함께 죽는 것일까. 태양이 사라지면 대지가 한결같이 어둠에 잠겨 버리는 데 비해 바다는 미련인 듯 한낮의 그 찬란한 추억을 조금은 지니고 있다. 우수 어린 반영들이 어른거리는 순간, 그것들을 바라보노라면 너무도 감미로워 마음이 녹아 버림을 느낀다. 밤이 거의 무르익어 검게 물든 대지 위로 하늘이 어두워도 바다는 여전히 희미하게 빛난다.  그것이 어떤 신비 때문인지, 파도속에 숨은 태양의 그 어떤 화려한 잔해 때문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바다는 우리의 상상력을 새롭게 한다. 그것은 바다가 인간들의 삶을 생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을 향유하게 하기 때문이고, 원래가 바다란 것이 무한하고 무력한 갈망이요, 끊임없이 추락에 상처입은 비약이며, 감미로운 영원의 탄식인 까닭이다.

또한 바다는 음악처럼 우리를 매료시킨다. 그 언어에 사물의 흔적이 묻어 있지 않고 인간 얘기는 입에 담지조차 않는다. 다만 우리 영혼의 움직임을 흉내낼 뿐, 우리의 마음은 그들의 파도와 함께 솟아오르고 파도와 함께 다시 떨어지면서 그렇게 자기의 무력함을 망각하고, 자기의 운명과 바다의 운명이 뒤섞이는, 자기의 슬픔과 바다의 슬픔 사이의 내밀한 조화 안에서 스스로를 자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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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현 2010.05.17 15:21
    역시 이 <바다>란 글도 프루스트 글답게 읽기가 뻑뻑 하네요.
    치밀하다고는 하지만 엿가락 처럼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지는
    그의 문체는 아주 호가 나있습니다.

    잡지 <백색평론>을 통해 르나르, 방다, 페기등과 활약하던 그는
    드레퓌스사건을 계기로 살롱 <카이야베>에 붙어 삽니다.
    프루스트도 유대계니까 자연 드레퓌스를 옹호 하는게 당연했지만.

    아르망 드 카이야베는 남편 묵인 아래 문호 아나톨 프랑스의 연인.
    살롱이란 데는 그 당시는 그런 곳 이었습니다.
    부자 의사 아버지를 둔 덕택에 프루스트는 고급 레스토랑, 해변, 살롱등을
    헤메다가 부모를 잃자 35살 나이에 들어 앉아 쓰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주 심한 천식 때문에 온 방안을 콜크로 발라 놓고.

    1913년 <잃어버린 시간을 찿아서>의 첫권에 해당하는
    <스완네 집쪽으로>를 써 가지고 <신 프랑스 평론>에 주었더니
    앙드레 지드가 툇자를 놓아 버리지요."공작부인들로 가득찬 소설" 이라며.
    그래서 프루스트는 Grasset 출판사를 통해 자비 출판 합니다.
    물론 그뒤 지드는 "그책 출판을 거부한것은 중대한 오류이며
    내 인생 가장 쓰라린 미련과 후회들중의 하나"라고 사과 합니다.

    프루스트가 7책 15권 4000여 페이지로 완성한<잃어 버린...>은
    自我moi의 단절, 변모, 무상에 대한 방대한 집념 입니다.
    차속에 녹은 마들렌느 과자, 우연히 침실에서 들은 방울소리의 표면적 자아가
    아스라히 기억속에 삭아 있는 심연의 자아moi profond를 찿아 가는 여정은
    빈틈 없기로 등골이 오싹할 정도 입니다.
    프루스트는 작품속의 과거와 미래를 내려다보는 초월자로
    유년시절의 실마리들을 마지막장에 하나 하나 빈틈없이 맞춤니다.

    프루스트가 있음에 프랑스 문학은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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