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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꽃들



    어느 수녀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성소자가 없어 노화되어가고 있는 그 수녀원은 연로한 노 수녀님들 뿐이었다.

    우리들의 방문이 그곳 수녀님들께 옛날을 회상시키는 좋은 시간이 되셨는지

    얼마만큼의 흥분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셨다.


    수녀원 구석 구석을 안내하시면서 설명을 하시고 옛 사진도 펼쳐 보여주셨다.

    기쁨으로 분주하게 반기시는 홍조띤 수녀님들의 모습에는 아름다움마저 깃들어 있었다.


    90세가 가까워 보이는 노인 수녀님께서 내게 몇살이나 되었냐고 물으신다.

    나를 보고 <아기 수녀>라며 당신 연세가 나의 두배를 넘는다고 곱게 곱게 웃으셨다.

    미소를 머금은채 수녀님은 노을진 저녁하늘을 바라보시며 말씀을 이으셨다.

    "하느님은 내게 좋은 생을 허락하셨어. 나의 지난 삶은 행복했고 감사로 채워 주셨거든."

    행복과 감사로 채워진 생에 맞갖는 수녀님의 미소를 보며

    참된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적어도 수도의 삶이 무엇인지를 아는 내게 그 수녀님의 행복한 삶이었노라는 고백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와 나를 휘감는다.

    그곳을 떠나 돌아오는 길에서도, 돌아와서도 하루가 끝나는 저녁이 되면

    수녀님의 미소와 목소리가 어른거린다.


    행복, 그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모두가 찾아 다니며 얻어 소유하고 싶고, 빼앗기고 싶지않은,

    나의 것이면서도 꼭 붙잡히지 않기에 언제나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단어가 아닌가?

    오늘 나는 행복했노라고, 행복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또한 몇이나 될까?

    하느님은 우리를 지으시고 이 세상에 보내실 때 우리의 행복한 삶을 원하셨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지으시고 "좋더라." 를 연발하신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이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면 그건 순전히 우리의 탓일거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사명은 우리의 참된 행복이다.

    그 행복은 어떤 여건 속에서도, 상황속에서도 찾아내어 얻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것은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살아야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보석은 처음부터 빛나는 것이 아니다.

    그 본질이  보석이라해도 거친 하나의 돌 덩어리가 갈고 닦여져서

    비로소 광채의 빛을 얻듯이 행복도 이와 같지 않을까?

    광물질 속에 숨겨진 금을 추출하고 사금을 채집하려면 많은 제련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처럼 행복도 일상이란 고되고 아픈 사건속에 숨겨진 금맥과 같은 것이다.

    사금을 얻기위해 한 웅큼의 모래를 씻고 또 씻어내고,

    일고 또 일어 마침내 반짝이는 금가루를 조금 얻어 내듯,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의 일상도 갈고 닦으며 눈물과 고통속에서

    인내롭게 헤집어 찾아 얻는 것이다.


    얼른 보기에 금이 숨겨져있는 그 덩어리는 한 덩어리의 흙이며 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속엔 금맥이 감추어져 있고 수많은 인내와 노력 끝에

    모래알 같은 금싸라기를 채집하는거다.

    우리의 삶안에도 행복은 일상이란 고뇌와 시련속에 숨겨진 금맥으로 감추어져 있다.

    나는 수도자로서 그 수녀님의 삶이 한 덩어리의 행복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분의 일상이 행복했노라고 자신있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일상의 삶안에 숨겨진 행복이 무엇인지 그 의미와

    한 웅큼의 모래속에 숨겨진 한두알의 금싸라기와 같은 행복이

    의미하는게 무엇인지를 알기에, 온갖 노고속에 제련하고 채집하여 얻어내신

    금싸라기 같은 행복이었기 때문이리라.


    한 생애의 행복과 감사는 눈물이 없었던 나날,

    고통이 무엇인지 모르는 생,

    아픔이나 시련이 없었던 나날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눈물 속에서도, 고통 속에서도 찾아낸 행복이란 조각의 의미를 보았다는 뜻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 든 행복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나날 속에, 그리고 우리의 생애에는 크고 작은 기쁨이 구석구석마다

    숨어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고통과 결합된채로 발견되는 겸허한 생활이다.

    오늘 내가 버리려고 하는 나의 시련속에 든 행복이란 금맥을 당신은 보고 있는가?

    포기하고싶은 사건 속에 숨겨진 사금같은 행복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가?

    하느님이 내게 주신 우리의 오늘을 씻고 또 씻어보자.

    눈물이 배어있다고 외면했던 나의 오늘 속에 든 행복의 부스러기를 모아 보는거다.

    너무 작아 보이지않던 행복의 싸라기들이 소중하게

    당신의 가슴속을 파고 들 것이다.


    만약 일상속에 든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그건 순전히 우리의 탓이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크기의 행복조각을 나누어 주셨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지는 모든 여건 속에 든 행복의 의미를 바로 알아보지 못해

    찾지 못하는 행복은 나의 무지로움을 탓해야 할것이다.


    누군가, "어떻게 나의 이런 고통스런 삶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있느냐"고 되묻는다면,

    나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빌어 이렇게 말하고싶다.

    "당신의 마음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를 보십시오. 어디에다 당신의 위로를 두고 계십니까?"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내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하리라.>(마태오11,28)

    그 분의 목소리를 따라가 보십시오.


    반유딧 수녀

    포교 성 베네딕도 대구 수녀회
    아동 문학가
    제 1회 천주교 문학 신인 작가상 수상
    제 15회 엄마랑 아기랑 동화 당선



    Beethoven's Ode To Joy - Adya 편곡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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